[기자수첩] 버스·택시·국회 이기주의의 충돌

  • 등록 2012-11-21 오전 8:02:50

    수정 2012-11-21 오후 2:28:13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17개 시·도의 버스운송조합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택시 때문이다. 정치권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운송거부를 선언했다.

정부 또한 대중교통의 범위를 택시까지 확대할 경우 재정지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여의도 국회는 모르쇠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집단인 택시업계의 눈밖에 나 선거에 지느니 재정악화를 감수하겠다는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한 나라는 없다. 대중교통은 철도나 전철, 버스처럼 ‘일정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두고 다수의 사람을 동시에 실어나르는 수단’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다.

그런데 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원칙론적 정의감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버스업계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줄어들까 우려해서다.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끼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반영됐다.

서울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부산 등 6대 광역시는 준공영제를 도입, 버스회사의 손실을 지자체 재정으로 메워 준다. 운송원가에도 못 미치는 버스요금으로 버스회사들이 적자에 시달리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이밖에 각종 세제혜택 및 차량 구입비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버스업계에 지원되는 정부예산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택시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으면 ‘준공영제’를 도입할 길이 열린다. 손실을 내면 지자체가 이를 보전해 주는 만큼 경영진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다. 택시기사들의 처우 또한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당장 준공영제 도입이 어렵다 해도 정부와 지자체에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할 근거가 생긴다. 택시업계 노사가 대중교통 지정에 한 목소리로 찬성하는 이유다.

그러나 버스업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 국민의 발을 묶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집단이기주의로 분쇄하려는 자충수일 뿐이다. 택시업계가 버스의 준공영제 폐지, 버스전용차로 폐쇄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다면 버스업계는 무슨 논리로 맞설건 지 궁금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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