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도록 협의와 권유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1일 “보험사에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고위험 직업군 보험 심사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자발적 개선사항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며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험사별 고위험 직군 보험 가입 현황을 이르면 올해 말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은 고위험 직종 종사자로 분류돼 보험에 가입할 때 차별을 받아왔다. 이들이 하는 일이 얼마큼 위험한지 제대로 따지는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보험가입 거절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단순히 ‘위험한 일을 할 것’이라고 추정한 탓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보험사 24곳 가운데 고위험 등 특정 직업군의 사망 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는 7곳이다. 같은 기준과 이유로 손해 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는 19곳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고위험 직업군 보험가입을 늘리는 것은 보험사 수익과 직결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반 직업군 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불거진다. 고위험 직군의 보험가입이 늘어나면 전체 보험료가 상승할 여지가 있어서다. 특정 위험에 대한 부담을 여러 사람이 나눠서 지는 보험업 자체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군인 등 공적 영역 종사자의 위험을 민간에 지우는 것이 옳은지도 해결할 숙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고위험 직군이라고 무조건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며 “금감원과 보험개발원의 조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낮추는 문제 남아
현재 보험개발원이 진행하는 고위험 직군에 대한 재분류 작업이 마무리되면 보험료 문제가 풀릴지 기대된다. 지금처럼 경찰관은 업무 특성을 따지지 않고 모두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강력범을 다루는 형사와 내근하는 경관의 직무 위험도가 다른데도 보험사는 이들을 ‘같은 경찰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보험개발원은 현재 경찰관을 포함해 고위험 직군 전반을 다시 분류하고 있다. 위험도가 세분화하면 보험사 계약 거부 명분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보험 가입 건수가 늘어 자료가 쌓이면 보험료를 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자료로 쓰이게 된다. 지금의 높은 보험료가 낮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험료 책정의 기준은 될 전망이다. 오창환 보험개발원 생명장기손해부문장은 “고위험직업군 보험가입이 공론화되고 지난해 말부터 재분류 작업을 시작했다”며 “올해 상반기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