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천국 흡연지옥]포위당한 흡연자…금연·흡연 갈림길에 서다

담뱃값 인상·금연구역 확대 힘입어 흡연율 급감
간접흡연 차단 한계..흡연부스 등 설치 필요 79.9%
  • 등록 2016-07-01 오전 6:30:00

    수정 2016-07-01 오전 6:30: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눈치 안보고 담배를 피울만한 곳이 없다. 음식점이나 술집은 물론이고 집에서 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담배가 마약도 아닌데, 이 정도로 몰아세울 거면 차라리 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게 맞지 않나”(22년차 흡연자 회사원 정모(43)씨)

흡연자들이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길거리 등 공공장소 흡연을 경원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죄인 취급 받으면서 담배를 계속 피워야 하나”라는 고민이다. 금연클리닉 등을 찾아 금연에 도전하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반면 흡연부스 설치 등 끽연의 자유를 요구하는 흡연자도 적지 않다. 일부 흡연자들은 모임을 결성,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담뱃값 인상·금연구역 확대 …흡연율 ‘뚝’

지난해 큰 폭의 담뱃값 인상과 음식점 전면 금연 등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 덕에 흡연율이 많이 낮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만 19세 이상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39.3%로 전년의 43.1%보다 3.8%포인트 떨어졌다. 한국 성인 남성 흡연율이 30%대로 내려간 것은 흡연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청소년 흡연율은 더 낮아졌다. 지난해 청소년 흡연율은 7.8%로 조사를 시작한 지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청소년이 특히 가격에 민감한 탓에 작년 1갑당 2000원이 오른 담뱃값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흡연율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만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36.2%로 OECD 평균(24.4%)보다 11.8%포인트나 높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그리스(43.7%), 터키(37.3%)에 이어 3위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이런 가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20년 흡연율 20%대 진입’을 목표로 경고그림 도입 등 강력한 비(非)가격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복지부는 2020년에는 성인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출 계획이다. 올해 12월부터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새로운 비가격 금연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 등 직접 질병부위(병변)을 보여주는 사진을 포함한 ‘한국형’ 흡연경고그림 시안 10종을 이미 정했다.

단속위주 금연정책 한계…혐연권·흡연권 함께 보호해야

그러나 비흡연자 뿐 아니라 흡연자의 권리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흡연부스를 확대해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고,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길거리 흡연구역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9.9%로 흡연구역이 불필요하다는 의견(20.1%)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외국처럼 일정 규모 미만의 식당은 금연구역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 민주당 이원욱 의원실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 성인남녀 중 흡연자와 비흡연자 각각 5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식당 사업주가 금연구역 여부를 직접 선택하고 이를 입구에 표기하는 선택적 금연법에 찬성하는 의견이 72.2%로 나타났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외부의 흡연공간이 계속 줄다 보니 흡연자들이 특정 구역에 몰리게 되는데 그곳을 지나는 비흡연자나 거주자들이 되레 더 피해를 입게 된다”며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흡연부스 등 흡연가능 공간을 확보하면서 금연구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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