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경제위기? 한류 파워에 주목한다

  • 등록 2015-12-21 오전 7:36:09

    수정 2015-12-21 오전 7:36:09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한국경제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은 물론 중국 경기둔화의 여파로 산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오죽하면 20대 신입사원도 명예퇴직 압박에 시달릴 정도다. 최악의 경우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우려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돈을 버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참 쉽지 않은 문제다. 위기 때마다 한국경제는 늘 ‘신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헬조선’(지옥같은 대한민국)이라고 아무리 푸념한들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생각을 단순화하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바로 문화의 힘이다. 영화 쥬라기공원 한 편의 전체 수익이 자동차 수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다시 말해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쟁과 분단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2000년대 접어들며 한류로 불리는 대중문화를 세계로 수출하며 화려하게 변신했다.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만을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실제 해외에서 한류의 인기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 2012년 방한했던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한류에 영향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세계문화 속에 뿌리를 박은 한류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돌이켜보면 90년대 싹을 틔운 한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더니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이돌그룹 중심의 케이팝 문화가 아시아권 전역으로 확산됐다. 2010년대 이후에는 한국문화 전반이 세계 최대의 경제권역인 북미와 유럽시장으로까지 확산됐다. 특히 2011년 4월 세계문화의 심장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케이팝 콘서트가 순식간에 매진된 것은 한류의 힘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가수 싸이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강남스타일’은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 포괄하는 세계인의 노래가 됐다.

한류열기 확산에 따라 문화콘텐츠 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00조원, 수출액은 57억 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최근 5년간(2009~2014) 16.1%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산업 증가율 9.5%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 한류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91.7%가 “한류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글, 한식, 패션, 뷰티 등의 연관분야도 한류 열기에 힘입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류의 힘에 주목한 정부는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민관합동 한류기획단은 최근 회의를 열고 2014년 기준으로 2100만명에 육박하는 세계 한류동호회원을 내년도에 40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한류 경제효과 20조원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 움직임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다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다. 과도한 목표 설정이 지나친 개입을 부르고 간섭이라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류는 정부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정부에 맡겼으면 진작에 말아먹었다. 한류는 민간이 주도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민간은 이거 아니면 죽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죽자살자 매달려서 성공시킨 것이다.”

한류 콘텐츠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 PMC 프로덕션 예술 총감독의 말이다. 정부가 곱씹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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