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복병 만난 '마곡' 진땀…"투자자 피해 우려"

대우조선 경영난에 R&D센터 사업 중단키로
새 매수자 찾기 난항..마곡개발 지연 불가피
마곡나루역 상권 부동산 투자자 타격 우려
  • 등록 2015-11-05 오전 5:30:00

    수정 2015-11-05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완공되면 임대수요가 5000명이 넘을 것이란 말만 듣고 (오피스텔을) 샀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꼴입니다.”(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 내 오피스텔 계약자)

‘잘 나가던’ 서울 마곡지구 일대 부동산시장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대우조선해양이 마곡지구 R&D(연구개발)센터 건립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마곡 개발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20년 대우조선해양 입주를 예상하고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대우조선해양이 마곡 단지 입주를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마곡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대우조선은 마곡산업단지의 D7·9·11블록을 매입했다. 마곡산업단지 입주 기업 현황. [자료=SH공사]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마곡지구에 건립하기로 한 R&D센터 사업을 중단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앞서 대우조선은 2013년 11월 서울시로부터 마곡3지구 내 연구부지 6만 1232㎡를 2000억원에 매입했다. 이곳에 R&D센터를 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자구 방안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여기에 마곡지구 땅도 포함됐다.

대우조선이 마곡 땅을 매각하기 위해선 서울시에 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서울시는 공고를 내고 마땅한 매수자를 찾아야 최종 매각작업이 마무리된다. 매수자 찾기가 관건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대우조선이 보유한 마곡지구 땅은 LG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넓다.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면 이 땅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곳에 대기업이 들어올 경우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연구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조건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매수자도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에 처분 신청을 하기보다는 마땅한 매수자를 물색해 놓고 진행하는 게 부담이 적어 최종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대우조선의 연구단지 사업 백지화로 마곡개발 사업 일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부동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사업 계획대로라면 대우조선 R&D센터는 2017년 착공 후 2020년까지 완공·입주해야 한다. 하지만 새 매수자를 찾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인데다, 매수자가 있더라도 사업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해 전체 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대우조선의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투자가 불가능해 사업이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입주가 철회된다면 전체 사업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애가 타는 것은 마곡지구의 오피스텔과 오피스(사무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마곡 R&D센터가 완공되면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었고,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 3000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장에 이 배후 수요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가뜩이나 마곡지구에 오피스텔 공급 과잉 논란이 일면서 마음을 졸였던 투자자들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마곡지구 전체보다는 대우조선 R&D센터 부지 인근의 마곡나루역 상권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곡지구에는 오피스텔 1만2000여실과 오피스 2000여실이 공급됐다.

현재 분양 중인 수익형 부동산 역시 이번 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대우조선 R&D센터 부지 옆에 분양 중인 오피스 빌딩인 ‘두산 더랜드 파크’는 아예 대우조선 얘기를 빼고 보타닉공원을 내세워 홍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마곡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서울시는 대체 매수자 물색 등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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