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회장은 "일부 대주주들이 약속했던 (사재 출연과 관련한) 책임이행을 하지 않아 신규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주(7일)까지 대주주들이 이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훨씬 더 강력한 툴(수단)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대주주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도 지금까지 MOU(양해각서) 체결을 전제로 내걸었던 조건을 철회, 대주주측 경영권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산업(002990)과 금호타이어(073240)가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하더라도 대주주측과 MOU를 체결, 최초 3년, 최대 5년간 대주주측 경영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었다.
특히 민 회장은 "금호석유(011780)화학에 대해 워크아웃이 아닌 채권단 자율협약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1년간 채무 만기 연장을 지원한 것도 대주주 책임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민 회장은 `대주주가 사재출연을 거부하면 금호석유화학 경영권도 뺐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알수 없다"며 답을 아꼈다.
이날 민 회장은 금호가(家) 대주주들에 대해 작심한 듯 `상당한 모럴 해저드`, `아주 실망스럽다`는 단어를 여러차례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모럴해저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주주가 앞장서 채권단을 설득하고 경영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금호는 거꾸로 채권단이 대주주를 설득하고 있다"며 "법적, 도의적으로 아주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회장은 "금호측 노조들도 대주주들이 먼저 책임을 이행해야 사인(sign)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채권단이 볼 때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결정 이전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박찬구 전(前)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 뿐 아니라 고(故)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 등 다른 대주주 일가들도 사재 출연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은 동의서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은 금호그룹 대주주들에게 금호그룹 계열사 주식 의결권과 처분 위임권, 신규 자금 지원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민 회장은 "(대주주 보유 자산의) 전체 가치가 2500억원정도인데 2000억원 이상이 이미 담보로 잡혀있다"며 "실효성은 크지 않지만 명분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 회장은 대한통운 매각과 관련해서는 "금호그룹 지배구조상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어 매각하더라도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매각에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다만 "보유해야 할 지 팔아야 할 지 여부는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을 짤 때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또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지분 매각 협상에 대해서는 "풋백옵션 이자부분에 대해 FI들과 채권단이 1.69대 1 비율로 만기연장이나 출자전환하는 방안(채무재조조정)을 제시했다"며 "(타결 전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해외 금융회사 M&A(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볼커룰`이 어떻게 입법화될 지 또 미국 CIB(상업-투자은행)와 유럽의 유니버셜 뱅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3월말이면 어느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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