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내달부터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암과 뇌·심혈관 질환 치료비 보험 판매가 중단된다. 치료비 보험이 필요 이상의 보장으로 과잉진료·소비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며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다. 사실상 판매 중단 조치로 보험사 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생명보험사는 다음 달부터 암·뇌·심혈관 질환 비례형 보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1일 보험사 제3보험 담당 부서장을 소집해 관련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따른 조처다.
비례형 상품은 1년간 의료비를 합산해 보험사에서 정한 구간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정금액 이상을 써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 의료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문제 제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과잉진료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 의료비 자기 부담금까지 모두 보험으로 보장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렵다”며 “지금 파는 상품은 소득과 무관하게 보장을 해줘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범위 이상의 과도한 지출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비합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영업채널에 이번 달까지만 주요 치료비 보험을 판매하겠다고 공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00만원을 의료비로 쓰면 900만원을 지급하고, 1억원을 지출하면 9000만원을 주는 구조이다 보니 의료비 발생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판매 중단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당국은 암·뇌·심혈관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 주요 상품들이긴 하지만 워낙 다양한 상품이 있는 만큼 현장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강보험도 본인 소득 대비 과다한 지출에 대해서는 환급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보험사의 절판 마케팅에 대해서도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상품 판매 중단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이 성행할 수 있어서다. 보험사는 단기적으로 영업력에 악영향이 미칠리라 내다보고 있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영업 채널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줄어들면 단기 수익에는 악영향이 있다”며 “당장 보험사가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결국 영업 약화와 더불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 오픈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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