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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진료실에 만난 신창호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아이들의 미소를 오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운을 뗐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고 토로했다. 소아정형외과를 전문으로 선택하는 전문의들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제 남은 (소아정형외과) 동료는 십여 명 남짓이다”며 “정부는 낙숫물 효과로 관련 과의 전문의를 늘리겠다 한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저 우리가 선택한 신념과 보람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발달성 고관절 탈구(이형성증), 레그-깔베-퍼테스 병(LCP병),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SCFE)과 같은 소아청소년 고관절 질환을 포함한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다. 이 질환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매우 이른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이 속발(하나의 질환에 또다른 질환이 발생하는 합병증세)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소아환자가 최대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의 골 성장이 끝나는 시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신 교수의 역할이다.
신 교수는 소아정형외과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희귀질환이나 잘못된 치료 방법으로 고통받는 영유아와 어린이가 신 교수의 환자다. 그는 “많은 환자가 생애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질환을 앓고 있어 환자와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아이일 때부터 진료하면 아무래도 성인이 된 환자도 그 질환에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계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보기를 원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러한 방식이 치료 성적도 더 좋다는 결과도 있다. 외국에서는 이를 ‘과도기적 의료’(Transitional Medicine)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신 교수는 아이들과 성인 환자를 함께 본다. 신 교수의 환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이러한 환자들과 늘 함께 한다. 다른 곳에서 해결이 어려운 소아청소년 정형외과 환자가 생기면 그 환자는 바로 신 교수를 찾고 신 교수는 수술을 집도한다. 자신을 대신할 사람이 거의 없어 사실상 혼자 해결해야 하는 질환도 많다. 여기에 더해 언젠가부터 자신의 뒤를 잇는 후배들이 줄어들면서 수술과 진료, 학회 활동과 잡일까지 그가 떠맡게 됐다. 주변 스태프와 신 교수의 가정에서도 신 교수의 헌신을 이해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진료의 책임 또한 성인보다 막중하다. 마땅한 소아용 수술기구가 따로 없어 성인에게 사용하는 기구를 임시변통으로 응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소아 전문의에게 돌아간다. 소송으로 인한 병원의 비용 손실도 크다.
반면 의료수가는 대부분 성인과 같거나 낮다. 정부가 그동안 어려운 소아 진료·수술 여건을 외면한 탓이다. 일부 대학병원이 소아정형외과 진료실을 열어두고 있지만 병원 돈을 까먹는 존재로 인식되곤 한다. 결국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밖으로 나가 안짱다리 교정 전문 병원을 차리거나 아예 소아 진료와는 무관한 길을 걷고 있다. 신 교수와 같은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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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수술이 필요한 소아환자에게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다. 수술해도 치료재료가 몸에 맞지 않아 불편을 감수하거나 심한 경우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뼈 고정용 재료 일부는 기능이 부족하거나 크기가 맞지 않는 제품을 쓰게 돼 소아환자의 뼈가 제품 끝부위를 따라 다시 골절되는 경우도 있다. 신 교수는 부족한 치료 재료 인프라를 자신의 몸과 시간을 갈아 넣어 막고 있다.
신 교수는 “대학병원, 특히 국립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수입은 다른 의사들에 비해 적은 편”이라며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종종 받는데 지금 수입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미소와 이젠 나밖에 없다는 책임감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아환자의 희귀질환을 치료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낙숫물’이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지켜온 책임과 명예를 더럽히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신창호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7~현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임상부교수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소아정형외과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