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ℓ 페트병’으로 여친 눈 때리고 스토킹…징역형 집유→벌금형[판결뒷담화]

2리터 용량 페트병 가져와 물 뿌리고 내리쳐
2주간 치료 필요한 눈꺼풀과 눈 주위 상해
“2리터 페트병 위험한 물건”…1심서 징역형 집유
“빈 페트병 자체는 위협 안 돼”…2심 이어 대법도 벌금형
  • 등록 2023-09-16 오전 10:10:10

    수정 2023-09-16 오전 10:10:1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여자친구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4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2리터 용량의 페트병으로 여자친구를 폭행한 것을 놓고 1심에서는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해 징역형 집유를 선고했으나, 상급심에서는 빈 페트병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며 상해죄로 보고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12일 특수상해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40대 남성 A씨는 2021년 8월 부산 기장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인 B씨(40대)와 연락 문제로 다퉜고, A씨는 화가 나 세탁실에 있던 생수 가득 찬 2리터 용량의 페트병을 가지고 온 다음, 페트병으로 피해자 B씨의 왼쪽 눈 부위를 수회 내리쳤습니다. A씨는 B씨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눈꺼풀과 눈 주위 열린 상처의 상해를 가했습니다.

이후 B씨가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받지 않자 A씨는 지속적으로 B씨에게 이메일을 전송하고 전화연락을 시도하면서 연인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A씨의 전화 수신을 차단하는 등 피고인의 만남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럼에도 A씨는 2021년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B씨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4회에 걸쳐 전송하고, 2021년 11월 13일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상가건물 내 계단에서 B씨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것을 기다리다가 B씨를 발견하고 계단에서 내려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B씨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페트병에 들어 있는 물을 술상에 뿌린 사실은 있지만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수회 내려친 사실은 없다”면서 “설령 피고인이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수회 내려쳤다고 하더라도 페트병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서 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수상해’로 보고 스토킹 범죄와 함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도구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이 사건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그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페트병의 단단한 뚜껑 부분으로 피해자를 수회 내리치는 것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나 제3자의 입장에서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이를 일부 받아들여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페트병에 들어 있던 물이 거의 다 배출될 때쯤, 재차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물을 뿌리는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피해자의 왼쪽 눈 부위를 페트병 마개 입구로 1회 타격하게 됐을 뿐 수차례 내리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내리쳤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은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상해의 고의, ‘스토킹 행위’, ‘반복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 전체 내용은 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진 법무법인 리버티 대표변호사


그 내용을 보면 사실관계 자체는 여자친구와 다툼을 하는 중에 2리터짜리 물 생수 페트병이죠. 페트병으로 여자친구를 폭행한 이런 사안이 있어요.

근데 여기서 쟁점이 된 거는 그 2리터짜리 생수병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느냐 안 하느냐 이게 문제가 됐는데, 어떤 차이가 있냐면 이 생수병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수상해죄가 성립할 거고요.

그리고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면 일반 형법상의 상해죄가 성립하게 되는 이런 차이점이 있습니다. 굉장히 형량도 다르고 좀 중대한 차이점인데 근데 사실관계가 1심하고 2심에서 조금 달라진 측면이 있어요.

만약에 2리터짜리 생수병에 물이 꽉 차 있다면 그거는 위험한 물건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봐요. 근데 2심에서 나타나는 사실관계를 보면 이게 물이 꽉 차 있던 페트병이 아니고 상당 부분 반 이상은 비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도 진짜 물이 꽉 차 있는 2리터가 온전히 채워져 있는 페트병으로 폭행을 당한 사실이 맞냐 했을 때 이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고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진술을 한 측면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결국 폭행은 있었지만 2리터가 완전히 채워진 게 아니라 상당 부분 좀 비워진 상태에서 폭행이 있었던 점을 봤습니다. 거의 비어 있는 페트병 정도라면 위험한 물건, 특수상해죄가 성립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

그래서 정확하게 요약해서 설명을 드리면 2리터짜리 새 페트병이 아니라 사실관계는 결국에는 거의 비어 있는 페트병이었기 때문에, 꽉 차 있는 2리터짜리 페트병을 위험한 물건이 아닌 것으로 본 판례가 아니고 사실관계에서 있어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실 오인이 있었던 거죠.

1심 판례에 일단 변경이 있었다. 항소심에서 그래서 감형이 됐습니다. 또 중요한 부분은 항소심에서 합의를 했습니다.

2심에서 가해자, 남자친구겠죠. 그래서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일정 부분 합의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도 감형 요소로서 반영이 되어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왔던 판결이 벌금형으로 변동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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