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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전국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 포기를 두고 농업인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재해 뿐 아니라 통상 부문에서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지원책은 미미하다보니 ‘농정 홀대론’이 자꾸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하자 농민들은 농업에 소홀했던 지난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바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돈 지금 농업정책의 방향성을 찾기는 힘들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전환점을 맞아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각본 없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분야를 진솔하게 나누는 자리였다. 현장에선 검찰 개혁이나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다문화, 양성평등 같은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최근 농업·농촌의 화두인 WTO 개도국 지위나 ASF 등은 언급조차 없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의 소회를 밝혔다. “국민의 격려와 질책 모두 귀 기울이겠다”며 낮은 자세를 보인 그는 양극화, 포용성장, 한반도 평화, 신남방, 일본 수출 규제 같은 현안을 줄줄이 열거했지만 여기에도 농업은 없었다.
정부가 ‘미래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10월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호프 타임’을 열었지만 WTO 이슈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 농업계는 정부의 입만 바라봤지만 대통령은 침묵했다.
민생을 돌봐야 할 국회의 일처리도 탐탁치 않다. 쌀값 보전을 위한 목표가격은 지난해 확정했어야 하지만 올해가 다가도록 여야간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작년산 쌀에 대한 보조금을 주기 전에 올해 햅쌀이 나왔다.
WTO 개도국 포기의 대책이라고 주창한 공익형 직불제도 관련법인 농업소득보전법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예산은 기존 2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렸지만 국회 예결위를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업 홀대론이 나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내놓는 ‘농업 경쟁력 확대’ 대책을 이제는 구체화할 때다. 정부의 지원도 단순 피해나 소득 보전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농업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농업계도 정부의 지원과 대책만을 바라기보다 적극적인 자구 노력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조직화 또는 규모화를 통해 농업 산업의 덩치를 키우고 신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최근 위기가 농업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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