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 거침없는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온 이랜드그룹이 그 후유증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강도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조5000억원의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51위를 차지했던 이랜드그룹은 정부가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 기준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기로 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발등에 불이 돼 떨어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대기업 굴레를 벗어남으로써 좀 더 자유로워진 행동 반경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A 공룡’ 이랜드의 브레이크 없던 성장지난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 6.61㎡(2평) 규모의 조그만 옷가게 ‘잉글랜드’에서 출발해 27년 만인 지난 2007년 국내 30대그룹(공기업 제외)으로 급성장한 이랜드그룹. ‘잉글랜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1986년 주식회사 이랜드를 설립한 박성수 회장은 의류·액세서리뿐 아니라 유통, 호텔사업까지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랜드의 M&A본능이 본격 표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각종 의류 브랜드 인수부터 시작한 이랜드의 M&A 행보는 뉴코아(2004년), 한국까르푸(2006년), 대구 동아백화점·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2010년)등 패션업과 유통업을 양축으로 적극적인 사세 확장을 꾀하며 진행됐다.
지난 2006년 약 2조8000억원의 자산으로 재계 서열 53위였던 이랜드그룹은 까르푸 인수를 통해 단숨에 2007년 약 5조4000억원의 자산으로 재계 서열 32위로 수직 상승한다. 하지만 까르푸의 무리한 인수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빠지며 거칠 것 없던 이랜드의 확장에 첫 제동이 걸리게 된다. 2008년 5조2000억원의 자산으로 재계서열 39위를 기록하더니 2009년부터 2011년도까지 3개년은 아예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된다. 지난 2012년 대기업집단에 5조2000억원의 자산(61위)을 갖고 턱걸이로 재진입한 이랜드그룹은 이후 재계서열 50위권에서 줄곧 맴돌았다.
‘폭식 후유증’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나서
M&A를 통한 무리한 사세 확장은 부채 규모 증가라는 필연적인 화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랜드그룹의 유동성은 경색되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킴스클럽 매각을 포함한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뜻을 밝히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NICE신용평가는 이랜드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고 이랜드파크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3사의 등급 전망은 모두 추가 하향 가능성을 담은 ‘부정적(Negative)’ 전망을 유지했다. NICE신평은 “높은 차입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난 큰 폭의 이익 창출 능력 저하로 영업을 통한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약화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다급해진 이랜드그룹은 중국법인 여성복 브랜드 티니위니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킴스클럽과 티니위니 매각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로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랜드측은 다음달 내에 킴스클럽의 경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본계약 체결을, 티니위니의 경우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랜그룹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일련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난 1분기 기준 298%의 부채비율을 올해 내에 200% 미만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일단 현재 진행중인 재무구조개선 작업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우선”이라며 “이 작업이 끝나게 되면 패션과 유통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집중해 재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