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고등어'를 위한 변명

  • 등록 2016-06-06 오전 7:00:00

    수정 2016-06-06 오전 9:42:21

△5일 서울 용산구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민 생선’ 고등어는 애달프다. 정확히는 고등어 잡고 파는 어업인들이 요즘 당혹스럽다. 이 생선이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돼서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중품 고등어 한 마리의 소비자 가격은 2949원으로 지난달 26일(3451원)보다 14.5% 떨어졌다. 작년 같은 시기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이다.

수산업계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고등어가 미세 먼지 유발 주범으로 몰리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웃지 못할 사건의 발단은 환경부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보도자료다. 이에 따르면 밀폐된 집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더니 실내에 지름 2.5㎛ 이하 초미세 먼지 농도가 1㎥당 2290㎍(㎍은 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갔다. ‘매우 나쁨’ 때(101㎍)의 22~23배에 이른다. 삼겹살은 1㎥당 1360㎍, 계란 후라이는 1130㎍, 볶음 요리는 183㎍, 찌개 요리는 119㎍였다.

실내 조리의 유해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자고 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시기가 공교로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미세 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직후였다. 정부가 직화구이 집을 생활 오염원으로 보고 규제하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제는 수많은 수산물 중 애먼 고등어가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점이다. 이 실험에서 요리한 생선은 고등어가 유일했다. 그러니 특정 생선이 아니라 “탄 음식이 주방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흉”이라고 해야 정확한 해석이다. 고등어 대신 다른 ‘국민 생선’인 갈치를 집에서 구워 먹으면 더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갈치도 고등어구이에서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이유로 지목된 불포화지방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창문 열고 레인지 후드(주방 환풍기)를 가동한 채로 보통 불에서 굽는다면 고등어든 갈치든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뒤늦게나마 보도자료를 내고 “고등어는 등 푸른 생선으로 영양이 풍부한 우수한 수산식품”이라며 “최근 소비 감소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어서 앞으로 고등어 가격, 소비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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