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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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비단 옥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청업체인 용마산업이 별도의 매뉴얼도 없이 자체 제조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제품의 제조·판매에 관해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두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경험이 전무한 용마산업에 제조를 의뢰한 경위는 물론 부실한 제품을 안전성 검사도 없이 유통시킨 과정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4년, 롯데마트는 2006년 각각 용마산업에 옥시 제품을 모델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맡겼다. 하지만 용마산업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하면서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끝에 28명이 목숨을 잃는 등 6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전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 두 회사의 부실제조 정황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애경산업과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판매한 제품을 둘러싼 유해성 여부도 밝혀야 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2001년부터 판매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로 발생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이마트의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나 GS리테일의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유통업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옳다.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확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유독물질의 인허가 및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물론 피해가 확인된 뒤에도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 2006년 첫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됐으나 5년이 지난 2011년에야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PHMG를 유해물질로 지정한 것도 2014년이다.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사태를 10년도 넘게 방치한 꼴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특별법 제정이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