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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어느덧 봄이 올 채비를 하고 있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래도 기어이 봄은 오고 꽃은 핀다. 미술관과 화랑가에도 봄맞이하듯 꽃전시가 열리거나 예정돼 있다. 꽃봉오리가 맺히고 만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조금 지루해졌다면 전시장 꽃나들이를 가보는 건 어떨까. 구슬조각으로 연꽃을 표현한 프랑스 조각가의 전시부터 꽃과 돌을 어울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회화전, 여기에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작가의 꽃을 소재로 한 경쾌한 전시 등 봄맞이가 풍성하다.
◇이처럼 독특한 연꽃이 있을까
프랑스 조각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독특한 ‘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오토니엘은 꽃을 주제로 유리조각, 설치작품, 회화 등 신작 10점을 내보인다. 작가는 검정·파랑·보라 등 ‘유별난’ 색을 가진 다양한 크기의 구슬을 연결해 꽃의 숨은 의미와 상징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작가에게 꽃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다.
대표작은 전시제목이기도 한 ‘검은 연꽃’. 작가는 연꽃이 영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연꽃이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화사한 색깔이 아니다. 검정이다. 반어적인 의미로 검정색을 사용했는데 이는 연꽃의 중의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기도 하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와 랭보의 시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그동안 해온 구슬조각의 연장선에 있는 조각이지만 재료는 유리 대신 산화처리한 알루미늄을 썼다. 덕분에 한층 무게감이 느껴진다.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회화도 볼 수 있다. 금박을 입힌 캔버스 위에 먹을 연상시키는 석판화 잉크로 여러 겹 채색해 동양의 미를 한껏 살렸다.
◇꽃을 그린 건지 심은 건지
서양화가 박정용은 ‘감정의 형상’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에 선보이는 회화에는 돌과 꽃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특히 돌에 사랑의 신화를 넣었다. 메마름, 딱딱함, 차가움 등의 부정적인 요소의 대표적 소재인 돌에 ‘꽃’이라는 요소를 심어 감정을 부여하고자 했다. 가령 ‘연인’이란 작품에는 돌이 된 연인에 분홍이 감도는 꽃덤불을 그려넣어 연인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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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찢고 나온’ 동물·꽃·벌레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나탈리 레테의 회화전 ‘러블리 레테’도 열린다.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본 듯한 친근하고 위트있는 그림이 유명한 레테는 이번 전시에서도 형형색색의 들꽃, 풀벌레, 버섯 등 주변의 평범한 소재를 경쾌하게 그려내 관람객을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레테는 파리 뒤페레 응용미술학교에선 패션디자인, 에꼴 드 보자르에서 판화를 전공해 마치 패션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당장 옷이나 가방에 작품이 들어가도 이질적인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로 친근하다.
회화·도자기·자수 등 자신의 감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레테는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도 여럿 선보인다. 중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가정환경 덕분에 동양과 서양의 적절한 조화를 터득한 덕이다. 한국에서도 몇차례 전시를 가진 레테는 이번 전시에서 유화를 비롯해 한정 수량의 실크스크린, 세계 각국에서 제작한 협업제품도 전시할 계획이다. 전시는 부산시 중구 중앙동 롯데갤러리 광복점에서 다음 달 31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린다. 전시기간 중 서울과 부산에서 페인팅 시연과 관람객과의 만남도 예정하고 있다. 051-678-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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