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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20일 저녁. 서울 광진구 화양동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이곳은 일명 ‘암흑식당’으로 통한다. 빛 한점 없는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체험을 하는 음식점이라는 ‘이상’함 때문에 2007년 개업한 이후 수만명이 다녀갔다. 유승훈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대표는 “암흑 속에서 식사를 하며 비로소 시각장애인을 이해한다”며 “다녀간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신기하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암흑식당을 체험하기 전 할 일은 보관함에 소지품 맡기기. 사진기나 휴대폰, 라이터 등 ‘빛’이 나오는 물건은 일체 반입금지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이들은 14개팀. 여자친구와 함께 처음 찾았다는 허찬범(29·회사원) 씨는 “영화 ‘어바웃타임’에 블라인드레스토랑이 나오는 걸 보고 여자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은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며 ‘새로운 세상’ ‘심해탐험’ ‘우주여행’ ‘타임머신’ 등 매주 다른 테마로 운영한다. 영상이나 화면이 아닌 소리로만 상상하게 하는 식이다. 이날의 테마는 타임머신. “여러분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왔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들어갑니다”라는 스피커의 음성이 흐른다. 하이라이트는 사연방송. 식사 중간에 신청한 사연을 라디오방송처럼 소개한다. 이날 접수된 사연만 해도 10여개다. “이렇게 캄캄해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일 잘 이겨나가자” “이것저것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판·검사는 못 돼도 너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는 될 수 있어. 이거 먹다 체하면 안 돼” 등 달달한 사연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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