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합니까③] "조명 없는 식당…'이상'한 경험"

암흑 속 식사하며 시각장애체험
휴대폰·카메라 등 빛 나오는 물건 반입금지
안 보이니 촉감·후각·미각 온 신경 집중
"자연스레 시각장애인 마음 알게 돼"
  • 등록 2015-06-26 오전 6:20:11

    수정 2015-06-26 오전 9:09:05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식사하는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내부. 휴대폰, 카메라 등 ‘빛’이 나오는 물건은 일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사진=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20일 저녁. 서울 광진구 화양동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이곳은 일명 ‘암흑식당’으로 통한다. 빛 한점 없는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체험을 하는 음식점이라는 ‘이상’함 때문에 2007년 개업한 이후 수만명이 다녀갔다. 유승훈 블라인드아트레스토랑 대표는 “암흑 속에서 식사를 하며 비로소 시각장애인을 이해한다”며 “다녀간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신기하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암흑식당을 체험하기 전 할 일은 보관함에 소지품 맡기기. 사진기나 휴대폰, 라이터 등 ‘빛’이 나오는 물건은 일체 반입금지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이들은 14개팀. 여자친구와 함께 처음 찾았다는 허찬범(29·회사원) 씨는 “영화 ‘어바웃타임’에 블라인드레스토랑이 나오는 걸 보고 여자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제 어깨에 손을 올리세요”라는 안내원의 설명과 함께 체험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50석 규모의 내부로 들어가면 2인 혹은 4인이 식사할 수 있는 사각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쪽으로 앉으면 된다”는 안내원의 말에 따라 더듬거리며 착석. 곧바로 15년 경력의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이 선보이는 양식코스를 90분간 맛볼 수 있다. 종류는 두 가지다. 골드테마(4만 5000원)와 실버테마(2만 9500원). 서빙은 적외선 안경을 쓴 웨이터가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음식이 앞에 있어도 제대로 하나 먹기가 쉽지 않다.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간신히 입에 넣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촉감과 후각, 미각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식당은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며 ‘새로운 세상’ ‘심해탐험’ ‘우주여행’ ‘타임머신’ 등 매주 다른 테마로 운영한다. 영상이나 화면이 아닌 소리로만 상상하게 하는 식이다. 이날의 테마는 타임머신. “여러분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왔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들어갑니다”라는 스피커의 음성이 흐른다. 하이라이트는 사연방송. 식사 중간에 신청한 사연을 라디오방송처럼 소개한다. 이날 접수된 사연만 해도 10여개다. “이렇게 캄캄해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일 잘 이겨나가자” “이것저것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판·검사는 못 돼도 너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는 될 수 있어. 이거 먹다 체하면 안 돼” 등 달달한 사연이 소개됐다.

후식이 나온 후 쪽지에 후기를 적는 이벤트로 체험은 마무리된다. 이날 90분간 암흑 속에 있던 체험자들은 “처음엔 이상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둠 속에서 스테이크까지 썰었으니 불가능이란 없는 것 같다” 등 생생한 후기를 남겼다. 친구와 함께 찾았다는 이아름(27) 씨는 “감각만을 이용해 음식을 먹는 체험이 참 특별했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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