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사건' 금기 깬 증권사 보고서

KTB증권, 그룹리스크 반영해 지주사 예상실적 하향조정
타증권사는 눈치보기 속 침묵…투자정보제공 소홀 지적
  • 등록 2015-01-04 오전 10:37:51

    수정 2015-01-04 오전 10:37:51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 한 달여 만에 관련내용을 실적전망에 반영한 첫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180640)과 주력사 대한항공(003490)을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오너 리스크는 분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침묵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KTB투자증권(030210)은 2일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올해 예상실적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와 저가항공사 진에어의 성장계획 유보 가능성을 실적 전망치에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신지윤 유틸리티·운송 팀장은 “이번 사건의 파장은 소비재기업으로서 리스크와 이제까지 오픈되지 않았던 칼호텔네트워크와 진에어의 성장계획이 유보될 가능성 등이 존재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진칼의 올해 1~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2~5% 낮췄다. 연간 매출액·영업익 전망치도 기존보다 각각 4%, 3% 하향조정했다.

신 팀장이 쓴 보고서의 큰 줄기는 이러한 악재에도 여전히 한진칼이 투자할 만한 대상이라는 점을 담고 있지만, 그동안 ‘조현아 사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유가하락 수혜에만 초점을 맞춰온 다른 증권사와 비교하면 용기있는 리포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조현아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이날까지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아이엠투자증권 등 일부가 대한항공과 한진칼 종목분석 보고서를 냈지만, 관련 내용을 반영한 분석은 없었다.

현재 각 증권사는 ‘조사분석담당자(애널리스트)가 외부간섭 없이 의견을 정확히 본인의 의견을 반영해 보고서를 작성해야한다’는 내부 컨플라이언스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조현아 사건과 같은 ‘오너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계량분석이 어렵다는 표면적 이유로 침묵하는 관행이 이어져왔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주요 법인고객인 ‘대기업 눈치보기’라는 것이 증권가의 정설이다. 법인고객을 상대하느라 개인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운수업종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현재 대한항공 IR파트는 외부와 소통이 단절돼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회사가 조현아 사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도 관련 질의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KTB증권이 그룹리스크와 연계해 실적전망을 낮춘 한진칼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직접 연관이 있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조양호 회장(15.5%)이며, 조현아·조원태·조현민 등 2세 삼남매도 지분 2.5%씩 보유 중이다. 아울러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그룹 법률고문도 지분(0.1%)을 가지고 있다. 이 고문이 설립한 법무법인 광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한진칼은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중심축이다. 지난 2003년 8월 한진그룹 주력사 대한항공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지주회사이며, 분할 이후 지난해 9월 현물출자 방식 유상증자로 대한항공 주식을 추가확보 현재 32.8%를 보유한 대한항공 1대주주다. 아울러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칼호텔네트워크 지분 100%, 조 전 부사장 동생 조현민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실질 관장하는 진에어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칼호텔네트워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울과 제주 등 호텔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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