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돌아오면 형벌이 끝날까요

연극 `벌`
  • 등록 2011-10-12 오전 7:56:07

    수정 2011-10-12 오전 7:56:07

▲ 연극 `벌`(사진=명동예술극장)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구제역으로 가축들이 살 처분 당하던 지난해 배삼식 작가는 단신으로 처리된 한 뉴스에 관심이 갔다. 토종벌의 95% 이상이 집단 폐사해 양봉농가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벌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이는 휴대전화의 전자파 때문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이상기후로 인한 냉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벌의 애벌레가 썩어 죽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배 작가는 뉴스로 그 과정을 접하다 벌의 전염병이 돌고 있는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희곡의 영감을 얻었다. 벌들이 사라지면서 저마다 감추고 있던 병리적 통증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결국 ‘착한 사람, 조양규’와 ‘하얀 앵두’를 통해 함께 작업한 김동현 연출과 다시 손잡고 신작을 올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단이 첫 공동제작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자연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희곡을 구상하고 배우들은 농촌진흥청을 찾아 벌의 움직임과 생리적 특성을 공부했지만 작품은 다분히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상처 입은 인물들이 종종 현실과 환상의 간극을 넘나들어서다. 또한 극 중 2~3분 분량의 막간극 6개를 삽입해 시공간을 풍성하게 했다.

김 연출은 “평범한 삶도 자세히 보면 비현실적인 공백과 틈새가 많이 있다”며 “그 공백과 틈새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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