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브리핑)아주 오래된 농담

  • 등록 2008-12-02 오전 8:12:11

    수정 2008-12-02 오전 8:12:11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사실은 작년 12월부터 경기침체였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이 한마디 고백이 뉴욕증시를 공포로 밀어넣었다. 지난주 닷새 연속 오르며 8000선 회복은 물론, 9000선까지 바라봤던 다우존스 지수는 이제 다시 8000선 지지에 사활을 걸게 됐다.

익숙해질법도 한데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아연 긴장하게 된다. 안그래도 지난주 지수도 올랐겠다,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금 확산되자 차익실현 욕구만 커졌다. 간밤 뉴욕이 그랬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는 11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38.9에서 36.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설명한다.

부진한 경제지표는 이제 국내 경제에서도 일상이 됐다. 어제 발표된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3%나 감소한 292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같은 감소율은 2001년 12월 이후 7년만의 최고라 한다.

내수라고 안전할까. 전날 발표된 자동차 업체들의 11월 내수 판매 역시 최악이었다. 현대차(005380)는 31.9%, 기아차는 22.2%가 감소한 가운데 쌍용차(003620)와 GM대우는 감소율이 무려 40%대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판매 감소를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동차 판매 수준만 놓고보면 지금의 상황이 IMF 경제위기때와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외국계 증권사에 이어 국내 증권사에서도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삼성증권은 전날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0.2%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선 지난달 UBS증권이 우리 경제가 내년에 -3%의 역성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의 상승 흐름, 그리고 뒤이은 국내증시의 선전으로 투자심리가 한껏 고조돼 있던 차였다. 외국인이 지난 5월 이후 7개월만에 나흘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수급 상황도 안정돼 가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 터였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확인시켜 주는 증거들이 속속 나올수록 움츠러드는 투자심리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경기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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