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군부대 공생·사계절 관광 발판..‘한탄강의 기적’ 꿈꾼다

■지방소멸 극복, 지자체가 미래다 ⑥강원 철원군
정주인구 4만명에도 연 방문객 700만명 돌파
3·6사단 신병교육대 면회객 지역경제 이바지
고석정 꽃밭축제·주상절리길·얼음트레킹에 ‘북적’
군사규제에 훈련민원도 발생…기업유치 절실
  • 등록 2024-10-01 오전 5:20:00

    수정 2024-10-01 오전 5:20:00

저출생·고령화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행정안전부가 생활인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주요 시·군을 찾아 해당 지자체가 어떤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소멸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매년 8월에 진행되는 육군 3사단 신병수료식은 ‘철원 화강 다슬기축제’와 연계해 열린다. 지난 8월 철원군 김화읍 김화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3사단 신병수료식에서 군장병들이 면회를 온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철원군)
[철원=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군부대와 공생, 철원 평야와 어우러진 사계절 주야(晝夜) 관광으로 ‘한탄강의 기적’을 꿈꾼다.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이 그리는 미래다.

‘20% 할인’ 군장병 우대업소 모집·운영

철원군은 행정안전부가 올해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소멸)지구로 선정하기 전인 작년 8월 생활인구(정주인구와 해당지역에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 시범산정 대상지역 중 ‘군인 유형’으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다.

철원군 인구(정주인구)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4만888명이다. 5년 전인 2019년에는 4만5584명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1000여명씩 감소했다. 반면 생활인구는 조금씩 늘어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생활인구 시점산정 당시 4~6월 기준 22만500명이었던 생활인구는 지난 7월에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21만명에서 23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새로운 관광지 개장, 철원군 생활인구 기본조례 제정 예정에 따라 생활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철원군은 내다봤다.

철원군은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이다. 그만큼 군인들은 생활인구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이곳에는 이른바 ‘백골부대’와 ‘청성부대’로 잘 알려진 육군 3사단, 6사단이 각각 주둔하고 있다.

이에 철원군은 군장병의 외출·외박·휴가 시 이용할 수 있도록 ‘군장병 우대업소’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김대환 철원군 기획감사실 현안대응팀장은 “군장병의 관내 체류를 유도하고 군장병은 이용금액의 20%를 할인받고 사업자는 할인해 준 20%의 금액을 철원사랑상품권 또는 나라사랑페이 포인트로 환급받음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또 지역별로 군장병쉼터를 운영해 외출·외박 시 타지역으로 벗어나 소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매주 수요일은 6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이 열려 장병 가족들이 몰려들어 식당가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철원군은 수료식을 찾지 못하는 장병의 가족을 대신해 식사를 함께 해주며 군생활 시작에 대한 좋은 추억 쌓기에도 일조하고 있다. 장병들이 훗날 관광객으로 철원을 다시 찾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녹아 있다.

올해 봄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고석정 꽃밭을 찾은 상춘객들이 다양한 꽃을 보며 즐기로 있는 모습. (사진=철원군)


새 관광지 기대…노후화된 시가지 정비 추진

철원은 비무장지대에서 생산된 지역특산물 ‘철원오대쌀’과 제2땅꿀, 노동당사 등 안보관광지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한탄강 주상절리길, 물윗길, 역사문화공원, 고석정 등 여러 관광지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관광지는 고석정 꽃밭이다. 계절별 다양한 매력의 꽃을 볼 수 있는 고석정 꽃밭은 2022년 40만명, 지난해에는 68만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으며 올 봄에도 11만명이 방문했다. 지금은 가을시즌으로 지난달 28일 개장해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매시즌 마다 다른 종류의 꽃을 심어 관광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시즌별 운영기간(2~3개월) 동안 관내 업체들이 입점해 철원의 농·특산품과 음식을 판매해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또 주상절리길과 고석정도 매년 70만명 이상이 꾸준히 찾는 대표 명소다. 매년 1월에는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 행사도 열려 철원의 겨울을 만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입장료의 50%를 철원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올해도 한탄강 등 주요관광지를 찾는 방문객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감소지구 시범산정 대상지역 중 서울·수도권과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서울 도심에서 철원군 동송읍, 갈말읍 읍내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거리다.

김 팀장은 “작년 700만명이 한탄강 주변을 찾아 ‘한탄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면서 “이제는 수도권 접근성을 앞세운 캠핑촌 및 야간 관광지 개발, 팬션 등 숙박시설 확충으로 인한 새로운 상권형성이 기대돼 더많은 사람들이 철원을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원군은 앞으로 관광객 유치 등 생활인구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사례가 ‘철원군 생활인구 기본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분들께 철원사랑군민증(가칭)을 지급해 철원군민들이 누리는 혜택(관광지 무료입장)을 일부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 코스내에서 열리는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는 철원의 대표 겨울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월 열린 얼음트레킹 축제에 참석한 관광객들이 빙판길 위를 걷고 있는 모습. (사진=철원군)
한탄강 횃불전망대, 태봉국 궁예테마파크 등 앞으로도 새로운 관광지 개장 예정과 함께 팬션, 호텔 등 숙박시설의 확대 등으로 생활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철원군은 전망했다.

철원군은 또 국토교통부 주관 지역활력타운 공모사업에 응모해 서면 와수리 지역의 활력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와수리 지역은 과거 ‘와수베가스(와수리+라스베가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군인들에 의해 상권이 활성화됐지만 지금은 국방개혁2.0, 저출산,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문제로 지역활력이 낮아진 상태다.

이에 철원군이 추진하는 지역활력타운은 와수리의 노후화된 시가지를 정비하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민간 임대 아파트, 제대군인 정착촌, 시니어형 국민체육센터, 마을활력센터, 스마트팜 등을 조성해 정주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철원군의 노력에도 걸림돌은 있다. 바로 군사 규제다. 군사보호지역이 많다보니 고도제한은 기본이고 포사격으로 인한 소음 발생, 상하수도 오염, 군용트럭 및 전차 이동시 도로파손 등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세종포천고속도로 신북IC에서 철원 읍내까지 도로 확장도 개선과제로 꼽힌다.

철원군의 정주여건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도 절실한 상황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주민들은 접경지역 거주자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면서 “군부대 주둔, 각종 화력 훈련 등 군사도시 이미지가 강한 만큼 역발상의 일환으로 방산업체 유치 및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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