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야쿠르트 아줌마에서 판매왕까지…한국서 '자신' 발견한 그녀

중국 요녕성에서 온 김영화 프레시매니저 인터뷰
주방일 서빙일 쉽지 않았던 타향살이…"유대감 동경"
이젠 프레시매니저 7년차 '베테랑'…판매왕도 등극
"외국인 최초 '명예의 전당' 오르고파…hy에 감사"
  • 등록 2024-07-24 오전 6:00:00

    수정 2024-07-24 오전 6:00:0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지난 2008년 남편을 따라 중국 심양시 요녕성에서 한국에 왔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타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주방일, 서빙일 등 힘이 들었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어느날 집 근처 hy 대리점에서 프레시매니저(구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모여 웃는 것을 봤다. 소속감에 대한 동경심이 샘솟았다. 점포를 찾아가 면접을 본 뒤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김영화 hy 시흥점 프레시매니저 (사진=한전진 기자)
외국인 프레시매니저 김영화(55) 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2017년부터 hy 시흥점에서 프레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어느덧 7년 차의 ‘베테랑’이 됐다. 매일 오전 7시 김 매니저는 야쿠르트 카트 ‘코코’(CoCo)를 타고 금천구를 누빈다. 하루 방문 가구수만 120곳이다. 최근 악천후로 일이 쉽지 않지만 프레시매니저는 그의 삶의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김 매니저는 “한국에서 여성이, 더군다나 외국인이 일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외국인인 점을 이용해 식당에서 설거지 등 궂은 일을 도맡아 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프레시매니저는 그가 한국에서의 삶을 정착할 수 있게 해준 계기였다. 소속감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도 생겼다. 프레시매니저로 활동하며 생긴 동료들은 이방인인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 매니저는 “‘멘토 제도’를 통해 뵀던 박정임 선배를 잊을 수 없다”며 “본인의 근무시간에도 손수 도우러 와서 서투른 외국인이던 제게 제품 설명과 판매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떠올렸다.

오후 일과를 준비 중인 김영화씨 (사진=한전진 기자)
무엇보다 프레시매니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일이다.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활발한 성격을 지닌 자신을 찾게된 것. 그는 시흥점에서 일명 ‘판매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김 매니저는 “5년 근속으로 제주도 여행권도 받고,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해 상금을 받았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며 “노력에 대한 인정과 소속감이 참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가 7년간 프레시매니저로 일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한국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많은 단골도 생겼다. 김 매니저는 “겨울에는 유자차, 생강차, 삶은 계란, 여름에는 옥수수와 음료를 주는 고객들이 있는데 이런 소소함으로 보람차게 일한다”고 미소지었다.

그의 꿈은 외국인 최초로 hy 프레시매니저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일이다. hy는 매년 프레시매니저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한 시상식을 연다. 프레시매니저의 활동기간과 공적에 따라 해외 연수 또는 상금을 수여한다. 김 씨는 “앞으로 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중학생 아들의 뒷바라지를 마치면 열정을 다해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친절과 건강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임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시흥점 한 프레시매니저의 카트 위에 붙어있는 포스터, 프레시매니저의 딸이 직접 붙여줬다고 한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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