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U식 사전 규제, 누구를 위한 온플법인가

  • 등록 2023-10-31 오전 6:00:00

    수정 2023-10-31 오후 3:40:08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기업에 대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뜬 강력한 사전규제를 도입하려 하자,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커다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고수해온 자율규제 원칙이의 기조가 돌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카카오 화재’ 사태를 겪고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의 부작용과 이를 규율할 규제 입법 논의가 활발해졌다. 급기야 1년이 채 안 돼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안팎에선 DMA를 본뜬 법안이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플랫폼에 특유한 규제강화 필요성에 대한 학술적, 정책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성과를 과시하려는 보여주기식 규제라며 맹렬하게 비판했다. 설익은 정책이 되레 네이버·카카오(네카오) 등 토종 플랫폼기업의 혁신·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유럽시장은 우리와 다르다. 글로벌 100대 플랫폼기업이 없어 자국의 플랫폼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플랫폼 육성을 위해 100억 유로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유로 이상의 토종 거대플랫폼 10개를 만들기 위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글 등 미국기업이 주요 타깃인 DMA는 자국의 플랫폼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DMA는 특정행위시 포괄적 규제를 적용하고 법 위반행위의 소명 기회도 주지 않는 매우 파격적인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효돼 이듬해 4월 게이트키퍼를 지정하고, 9월부터 규제가 적용됐다. 규제 효과에 대해선 아직 신중하다.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과 경쟁제한 행위를 엄단한 실적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네이버쇼핑(2020년), 구글 안드로이드(2021년), 호텔예약 플랫폼(2021년), 카카오 모빌리티(2023년), 구글 앱마켓(2023년) 등에 대한 처분이 그랬다. 이미 공정거래법이 플랫폼시장에서 신호등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규제가 더 필요하다면 공정거래법을 시장 변화에 맞게 개정하는 편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외국의 새내기 법안을 답습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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