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수순이냐, 극적 회생이냐. 생사의 기로에 놓인 케이뱅크와 관련해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이같이 밝히고 “현행 대주주 적격성 자격은 (인터넷은행을 주도해야 할) KT 같은 기업의 플랫폼 사업 특성상 공정거래법을 어길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예외로 인정해야 이종융합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당장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을 현재보다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만 개점휴업 상태를 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그 분수령이다.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마냥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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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법 개정안 처리 ‘안갯속’
이런 탓에 케이뱅크는 올해 4월부터 7개월이 넘도록 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 계획을 세웠는데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이유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KT가 케이뱅크에 돈을 넣고 싶어도 넣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유 위원장은 “(KT 등) 과점 상태인 대형 통신사들과 시장 지배력 이슈가 늘 있는 네이버 등은 공정거래법 현안을 안고 살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인터넷은행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자본 확충이 어렵다는 또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가 너무 심해 은행을 한다고 해도 경영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탓”이라며 “(유명무실해진 법을) 알면서도 지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21일 법안심사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현 정부의 ‘금융혁신 1호’는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별다른 ‘플랜B’ 없는 케이뱅크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개정안 처리는) 금융산업의 안전성, 건전성,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금융감독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에 하나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케이뱅크는 별다른 ‘플랜B’가 없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자본 확충 없이 현재의 비정상적인 경영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다른 ICT 기업에 넘기는 대안이 있겠지만 그때는 또 누가 그걸 사겠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론도 나온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제3 인터넷은행의 흥행이 여의치 않은 와중에 케이뱅크까지 좌초하면 정부의 금융정책 자체가 실패하게 되는 꼴”이라며 “이러는 와중에 국회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