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스타·록·액션이 '소극장'으로 간 까닭은

알찬 구성 매력 톡톡…'작은 극장'이 맵다
뮤지컬스타 홍광호 250석 '빨래' 복귀
작은무대 울리는 판소리뮤지컬 '아랑가'
화려한 무술·칼군무 '은밀하게 위대하게'
가슴치는 록음악 '천사에 관하여&a...
  • 등록 2016-02-11 오전 6:18:00

    수정 2016-02-11 오전 6:18:00

무술·판소리·록음악 등 새롭게 시도하는 소극장 ‘맞춤형’ 공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아랑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빨래’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편’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특별한 소극장 공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씨에이치수박·주다컬쳐·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대극장에서만 볼 수 있던 뮤지컬 스타는 물론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액션까지. 최근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찾은 소극장 ‘맞춤형’ 작품들이 공연계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규모가 작다고 내용까지 소박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귓가를 맴도는 음악과 드라마, 은유의 마법 등으로 작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가 특별하다.

△대극장 전율시킨 ‘홍광호’ 다시 소극장으로

한국인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캐스팅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홍광호(34)는 7년 만에 창작뮤지컬 ‘빨래’로 소극장으로의 귀환을 알렸다. 단독콘서트에서도 ‘안녕’과 ‘참 예뻐요’ 등을 부르며 ‘빨래’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홍광호는 오는 3월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1관에서 오픈하는 ‘빨래’ 18차 프러덕션에 남자 주인공인 외국인노동자 솔롱고 역으로 합류한다.

‘빨래’는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나영과 몽골 이주노동자 솔롱고를 중심으로 서민의 팍팍한 인생살이와 웃음, 눈물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 2005년 초연 이후 10년 넘게 대학로를 지켜오며 3000회 이상 공연, 5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홍광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세계 최연소 팬텀 역을 맡은 것을 비롯해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뮤지컬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데스노트’와 함께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맨 오브 라만차’ 등 대형 뮤지컬에서 깊은 목소리와 강한 존재감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다. ‘2014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월드닷컴 어워즈’에서 조연 남자배우상, 지난해 ‘왓츠 온 스테이지 어워즈’에서도 최고 조연상을 받았다.

대극장이 아닌 250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홍광호는 “규모는 작지만 큰 힘이 있는 ‘빨래’를 통해 세상에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며 “소극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좀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솔롱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작은 무대 꽉 채우는 우리 소리

모름지기 판소리는 60~70명이 모인 작은 곳에서 육성으로 전달해야 제격이라고 한다. 뮤지컬과 창극의 경계를 허문 창작뮤지컬 ‘아랑가’(14일~4월 10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는 작품의 특색인 우리의 소리와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작은 무대를 택했다. 백제의 마지막왕인 개로가 꿈속 여인인 아랑의 환상에 사로잡혀 파멸로 향하는 비극적인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 작품으로 젊은 국악인 박인혜가 작창을 맡았다.

특히 삼국사기에 수록된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판소리와 뮤지컬넘버를 극에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동·서양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꾀했다. ‘서편제’ 등 판소리를 소재로 한 기존 뮤지컬이 기성 국악이나 판소리를 사용해 제작했다면 ‘아랑가’는 뮤지컬넘버로 판소리를 작창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변정주 연출은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데 넓은 무대는 중요하지 않다”며 “‘아랑가’라는 작품이 가진 향기를 충실히 전달하기에 중·소극장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뮤지컬 ‘아랑가’의 쇼케이스 모습(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눈앞에서 보고 듣는 무술·록음악

창작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13일~3월 20일 유니플렉스 2관)는 칼군무와 화려한 무술신으로 승부를 걸었다. ‘달동네 슈퍼집 바보가 사실은 북한 최정예 스파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웹툰이 원작이다.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한 북한 최고의 스파이들을 통해 가족과 평범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3년 김수현 주연의 동명영화로도 만들어져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간첩이란 특수한 소재를 다룬 데다 남한에서 그들끼리 벌이는 전쟁 장면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소극장 무대를 택했다. 추정화 연출은 “600~700석 규모의 극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화려한 무술신과 칼군무가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달동네 주민과의 따뜻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함을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록음악과 소극장 특유의 ‘은유’를 살린 작품도 있다.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가 콤비를 이뤄 만든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편’(3월 31일까지 예술마당 4관)은 관객이 스토리를 유추하며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 연출은 “작품에 나오는 석상, 새, 번개 등의 장치를 관객 스스로가 퍼즐처럼 맞춰나갈 수 있도록 했다”며 “빵빵하게 울리는 록음악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도 소극장 뮤지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편’의 한 장면(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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