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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시대 인물인 조조는 ‘유재시거(唯才是擧)’ 원칙하에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재만을 발탁했다. ‘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용했다고 해서 꼭 덕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라며 능력만 있으면 성품과는 관계없이 기용하겠다는 인재관을 고수했다.
“‘헝그리정신’은 필수, 증권업 자산은 ‘사람’”
증권업계 최장수 CEO를 기록 중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인재론은 어느 쪽일까. 제갈량의 지인지도에 가깝다. 유 사장은 “조조의 위나라가 삼국을 통일한 역사적 결말을 보면 자칫 조조의 인재등용법이 옳았던게 아닌가 싶지만 이는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라며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빈틈없는 일처리 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의 근본에는 ‘태도’와 ‘각오’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인재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일과 열과 성을 다하고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을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보다 우선한다. 동원그룹이 뿌리인 증권사지만 계열분리로 십수년간 홀로서기를 했고 한투증권이 된 후에도 재벌이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아닌 독립 증권사로 성장한 DNA에는 이러한 ‘헝그리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유 사장은 “소위 말해 비빌 언덕이 없는 우리에겐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정신무장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인재에 관한 유 사장의 뚝심은 부침이 많은 증권업계에서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시장이 나빠지면서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증권사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기업이 각 대학을 찾아 학생들에게 직접 ‘우리 회사로 오라’고 하는 채용설명회에서 통상 기업들은 좋은 점만을 나열하며 기업 홍보를 하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 사장은 “갑도 을도 병도 아닌 정의 자세로 살 준비가 된 사람만 지원하라”고 엄포를 놨다. 혹자는 ‘입발린 말을 해도 안올 판국에 사장이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마음가짐 없이는 조직에 들어와도 못견디고 포기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나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
유 사장은 삼국지 속 유비와 제갈량의 사이를 비유한 ‘수어지교(水漁之交)’를 특히 좋아하는 사자성어로 꼽았다. 수어지교는 유비와 제갈량과의 사이가 날이 갈수록 친해지는 것을 견제한 관우와 장비가 불평하자 유비가 그들을 불러 “나에게 공명이 있다는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시는 불평하지 말도록 타일렀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유 사장은 “삼고초려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영입한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는 더 어렵다”며 “유능한 신참자가 조직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은 쉽지 않은데 당시 유비가 했던 것처럼 좋은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는 유 사장의 좌우명이 바로 수어지교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유 사장은 “좋은 직장이란 출근할 때 설레고 퇴근할 때는 마음이 편한 회사”라며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에서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면 성과는 따라오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M&A는 ‘사람’을 사는 일”
그는 특히 금융기관의 M&A에서 중요한건 다름 아닌 ‘사람’임을 거듭 강조했다. 유 사장은 “제조업체간 M&A는 생산노하우나 설비 등을 사는 것이지만, 금융기관 M&A는 그 기관에 있는 사람을 사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을 사는 것”이라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어렵사리 내편으로 만든 사람은 어떻게 대접해줘야 하고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지가 가장 잘 녹아있는 책이 삼국지”라고 말했다.
“증권업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면 컴퓨터와 사무실만 남는다는 게 평소 지론입니다. M&A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기관은 역사적으로 M&A를 통해 커왔고, M&A는 결국 사람을 사는 일입니다. 2000년 전 삼국지에 나온 인간의 본성은 M&A에서도 똑같이 통합니다.”
삼국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어느 쪽을 읽든 이야기가 통한다. 대형 M&A를 앞두고 답답할 때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그가 어김없이 삼국지를 집어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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