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30대 청년들이 집 사기 시작했다

젊은층 주택담보대출금 급증..3개월새 3조3000억원 늘어
생애 첫 주택 지원 등 자가 촉진 확대한 부동산대책 영향
  • 등록 2014-02-10 오전 7:43:27

    수정 2014-02-10 오전 8:24:57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주택시장에서 20·30대 청년층이 주요 매수세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택의 주요 구매층이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20·30대의 젊은 계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지원 등으로 젊은층의 주택 매입 자금 마련이 한층 쉬워진 때문이다.

9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연령대별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해 6월 말 90조원에서 9월 말 93조3000억원으로 3개월 새 3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개인신용평가 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가 은행·새마을금고·상호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전체 예금 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잔액을 집계한 결과다. 정부 기금이 투입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 전액과 보금자리론 공급액 일부도 포함됐다. 지난해 4·1 부동산대책 이후의 세대별 주택담보대출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세대별 집계가 첫 실시된 2010년 말 99조8000억원에서 2013년 6월 말 90조원으로 2년 반 사이 9조8000억원 증발했다. 이 기간 청년층의 주택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특히 30대의 대출액이 급증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이들의 주택담보대출액은 87조원으로, 3개월 새 2조8000억원 늘었다. 20대는 6조3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었다. 이 대출액이 주택 매입을 위해서만 사용됐다고 가정하면, 이 기간 20·30대가 사들인 주택 수는 전국 중위 주택(매매가 2억1233만원·LTV 70% 적용) 기준 2만2000여채에 이른다. 서울·수도권 주택(2억9772만원) 기준으로도 1만5000채를 웃돈다.

20·30대의 대출이 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액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말 546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월 말(537조원) 소폭 줄었다가 9월 말 539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50대 이상 대출액이 작년 9월 말 기준 263조5000억원으로 3개월 전(265조2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줄었지만 같은 기간 20·30대의 대출 증가 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도 시중은행에는 내집 장만을 위해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청년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대출 담당자는 “설 명절 이후 정부가 저리로 지원하는 주택 구입 대출 상품을 활용해 내집 마련에 나서려는 젊은 직장인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도 젊은 실수요층이 몰리는 중소형 아파트값 오름세가 뚜렷하다. 분당신도시 구미동 무지개마을 주공4단지 전용면적 60㎡형은 지난달 3억원에 팔렸다. 6개월 전만해도 2억원 중반대에서도 거래가 쉽지 않던 매물이다. 총 563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모두 전용 50~60㎡ 소형으로만 이뤄졌다. 인근 럭키공인 이숙 대표는 “정부의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을 등에 업고 소형아파트를 사려는 젊은 직장인 수요가 늘면서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은 “투자가 아닌 실수요 목적의 젊은 세대가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장기적인 소득은 있지만 목돈이 없어 내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LTV(담보가치인정비율) 규제 등을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주택담보대출 잔액 현황. 실제 사용액이 아닌 대출 한도 전체를 잔액으로 산정해 한국은행 통계보다 잔액 규모가 크다. (자료제공=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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