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있는데 집만 보고가요”…‘임장크루’ 골머리 앓는 사람들

2030 젊은세대 부동산 투자 관심 늘며
신혼부부 등 가장해 집보러다니는 ‘임장크루’ 등장
실제 거주자들 불편함 호소 늘고
집주인들은 실수요 파악 혼동 겪어
  • 등록 2024-10-29 오전 5:00:00

    수정 2024-10-29 오전 5:10:08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2030 젊은 세대들이 ‘내 집 마련’ 등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임장크루’가 새로운 부동산 스터디 트렌드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임장’은 사려는 매물이 있는 지역을 직접 가서 살펴보는 것을 일컫는데, ‘크루’(Crew)로 형태로 여러 명이 모여 다녀 ‘임장크루’로 불린다.

문제는 실제 매도를 위해 집을 내놓은 소유자 입장에선 사지도 않는 사람들이 몰려오니 ‘실수요’가 있다고 착각해 집값을 내리지 못할 뿐 더러 집을 계속 보여줘야 하는 거주자들 입장에서도 여러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단 점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스터디를 목적으로 임장할 경우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기 위한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부동산 스터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임장크루’를 모집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분위기다.

임장크루 사이에선 실제로 처음 본 사이임에도 신혼부부나 인근에 직장을 구해 집을 구하는 등의 연기를 하는 ‘실거주 콘셉트 임장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임장크루는 부동산 투자 열풍미 젊은 세대까지 확산하면서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매입 통계를 분석해보면 2020년 기준 20~30대의 매입 비율은 29.2%였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35.2%까지 올랐다.

실제 집을 살 생각이 없음에도 임장크루에게 집을 보여줘야 하는 거주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 중인 A씨는 얼마 전 주인이 ‘세안고’(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그대로 승계)로 집을 매물로 내놔서인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생각했다. A씨는 “집을 보러온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구성돼 이상하다고 생각해 찾아보니 온라인에서 A씨가 거주하는 지역 일대를 임장하는 크루를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다”며 “집에 어린 아기가 있어 불특정 사람들이 오가는 게 부담스러웠던 A씨는 실제 거래도 안 하면서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무례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임장크루를 집을 실제 사고자 하는 수요라고 착각해 집값을 책정하는데 혼란을 겪고 있다. 일산에 본인 소유 구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40대 B씨는 “이사를 위해 지난달 집을 내놓았는데 1기 신도시가 재건축될 것이라는 소식에선지 부쩍 집을 보러오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웬일인지 쉽게 거래까진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실제 집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쉽게 집값을 내릴 순 없어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장크루가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젊은세대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적절한 선을 지키기 위한 룰과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러닝크루가 유행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과 시간에는 몇 명 이상은 모이지 말자는 등의 암묵적인 에티켓과 룰이 생겼다. 임장크루 역시 남의 집을 보는 건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에티켓을 만들면 좋을 듯하다”며 “스터디를 하고 싶다면 양해를 구해 영상 촬영 등 실내 스케치를 대표로 한 명이 가서 한다든지 시간을 정해두고 소수만 참여하는 등의 에티켓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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