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이후에도 장기국채 ETF에 몰리는 돈

미국 국채 금리 상승하자 '저가매수' 기회로
경기 전망 가늠 어렵고 대선 등 변수
공격적 매수보다 분할 매수로 대응해야
  • 등록 2024-10-18 오전 5:15:00

    수정 2024-10-18 오전 5:15: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후 경기 개선 기대감에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 해외 투자 상품은 미국 장기국채 3배 레버리지 ETF인 ‘TMF(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채 3배)’로 집계됐다. 순매수 금액은 1억 227만달러(약 1400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엔화로 20년 이상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환 헤지 상품도 순매수 7위에 올라 장기국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날 ETF체크에 따르면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는 최근 한 달간 1537억원,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에는 141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채권 테마 ETF 자금유입 상위 10위권 중 4개 상품이 미국 장기 국채 상품이다.

장기국채는 금리가 오르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빅컷 이후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ETF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가 장기국채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견조한 경제 성장을 예측하며 장기 국채를 팔아 금리가 상승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신호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10월 예비치는 68.9로 9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부담에 민감한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높아진 물가와 소비 둔화에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견조함을 증명하는 지표 역시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대선 등 변수가 있어 공격적인 장기국채 매수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재정집행에 따라 단기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대 수준일 때 경기 지표를 살펴 ETF를 분할 매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4%에 진입하자 관련 ETF로 자금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4%대 수준은 부담 없는 레벨”이라며 “레버리지 성격의 상품은 금리 급등 시 분할 매수하는 등 상황에 맞는 차별화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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