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스크관리 소홀했던 DLS 상품 판매

  • 등록 2019-08-14 오전 6:00:00

    수정 2019-08-1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일부 시중은행들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판매를 두고 수천억원대 손실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 12일. 또다른 A 시중은행의 은행장은 종일 실무진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은행장은 “올해 상반기 유럽과 연계된 파생상품은 상대적으로 위험해서 팔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면서도 앞으로 보고를 계속 받기로 했다. 다른 B 금융사의 한 고위인사도 “(손실 우려가 드러난 상품 외에) 다른 파생상품들의 현황도 다시 살펴보자”는 지시를 했다. 요즘 국제금융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출렁이니 어떤 암초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DLS 사태는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 그 중 수십년 은행업에 몸 담은 사람들이 첫 손에 꼽는 게 있다. 무리한 파생상품 영업의 직격탄은 줄곧 ‘개미(개인투자자)’가 맞는다는 것이다. “요즘 은행권의 수수료 경쟁이 심했어요. 이자이익의 수익성이 줄어드니 미래를 위해 다른 먹거리를 찾은 것이지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외에 시중은행도 수수료 수익의 대부분이 파생상품 판매입니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을 잘 모르고 은행을 믿는 ‘금융 약자’들의 피해가 컸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은행권 현직 베테랑의 일침이다.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촉발된 10년 전 금융위기로 삶이 흔들린 것도 각국의 소시민이었다.

올해 4월께 DLS에 1억원 이상 투자했다가 원금을 잃을 처지에 놓인 한 투자자는 “은행도 선진국 금리가 이 정도로 급락할 줄은 몰랐을 것이고 실적 압박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위험 고지는 더 강하게 했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국채금리는 또 하락해 -0.60%에 근접했다. 이대로면 원금을 몽땅 날릴 투자자가 양산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 은행권의 대처다. 각 은행들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영업을 강하게 하는 과정에서 놓친 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사실상 고위험 투자인 만큼 엄중한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은행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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