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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공기관은 요즘 뒤숭숭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수장이 사의를 발표했지만 후임 인사는 오리무중이다. 인사 공백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연례 행사’ 중 하나이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유난히 ‘감감무소식’이라는 평이 나온다. 수장이 빠진 공기업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리고 공모에 나서야 하지만,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인선 작업에 착수도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누가 올지 ‘시그널’을 내려줘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공공기관장 수장 공백에 따른 문제는 외부에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수장이 공석인 기관은 부기관장이나 임원 등이 대행(代行)을 하면서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표 임기가 만료된 기관 역시 새 수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현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더 들여다보면 문제가 하나둘씩 불거지고 있다. 우선은 인사다. 대개 연말이면 인사가 이뤄지는데 어느 조직이든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뒤숭숭한 상황이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A관계자는 “사장 공백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임추위 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자리에 공석이 생겨도 인원을 채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두배로 일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추위가 꾸려진 곳은 동서발전, 가스안전공사 등 일부에 불과하다. 또 다른 공기업 B관계자는 “임추위가 꾸려지고 사장을 선임하려면 최소 두달 이상은 걸린다”면서 “앞으로 인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C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존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준에서 업무가 돌아가고 있다”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세부계획 마련도 준비해야하지만, 새 수장의 플랜도 반영해야할텐데 답을 못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기업 D관계자는 “노조도 회사도 낙하산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투명한 절차에 의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와서 조직을 키울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E관계자도 “내부 출신이 사장에 임명되면 조직을 잘 알고 직원들과 소통이 잘 되는 측면도 있지만, 공기업 특성상 외부 압력을 막아줄 수 있는 낙하산도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하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산업부는 연말까지는 수장이 공석인 공공기관마다 임추위를 꾸리고 공모에 나설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월 국정감사 일정 등이 겹치면서 일정이 일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임추위를 빨리 구성하고, 법절 절차에 따라 사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