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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도 떠날 채비하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울진이다. 탱글탱글하게 살 오른 대게가 제철을 맞아서다. 사실 대게잡이는 초겨울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제 맛을 내는 시기는 늦겨울부터 이른 봄까지다. 봄빛에 바다색이 옅어지면 대게는 살이 더욱 오른다. 여기에 줄가자미·문어·꼼치·방어 등 지금이라야 맛볼 수 있는 먹거리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진에는 덕구온천·백암온천 등 오랜 역사를 이어온 온천도 두 곳이 있다. 금강송군락지와 구수곡자연휴양림 등 뛰어난 경관은 덤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가는 길도 가까워졌다. 지난해 당진~영덕 간 고속도로도 생겼다. 상주~영덕 구간이 개통돼 씽씽 달리면 4시간 정도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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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앞에는 보통 ‘영덕’ 이 붙는다.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동해안의 대게가 영덕에 집산해 내륙으로 이송되면서부터다. 영덕 아래 포항, 그 위의 울진, 삼척, 동해, 양양, 속초, 고성 등지에서도 대게가 잡힌다. 이 중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 울진이다.
울진 앞바다에 박힌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가 덕분이다. 여기가 바로 대게 서식지다.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곳이다. 동서로 21㎞, 남북으로 54㎞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바다속의 작은 산인 셈이다. 이 근처에서 대게잡이가 주로 이뤄진다. 영덕의 배도, 울진의 배도 여기 와서 잡는다.
울진에서 대게요리는 ‘찜’과 ‘탕’이 대부분이다. 찜에는 양념이 없다. 대게의 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바닷물로도 간이 맞기 때문이다. 살을 발라 먹고 나서 몸통의 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전부다. 이 단순한 요리로도 대게는 충분히 맛있다.
속풀이를 하고 싶다면 탕으로 먹는 것도 좋다. 얼큰하면서도 게살에서 흘러나온 달콤한 맛이 더해져 국물이 아주 부드럽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넣어 살짝 밀면 게살이 쏙 빠진다. 대게 두 마리로 4인 가족이 넉넉히 먹을 양이 나온다.
단점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 박달대게 한 마리가 10만원이 넘는다. 특히 올해는 어획량이 줄어든 반면 수요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게잡이 배가 들어오는 죽변항과 후포항에서는 좀 싸게 살 수 있다. 보통 이른 아침에 배가 들어오면 경매는 9시부터 시작해 11시쯤 끝나는데 이 자리에서 대게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대게를 고르는 법도 중요하다. 일단 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어부들은 대게의 배 부분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차고 단단하다. 또 배 부분을 손으로 눌렀을 때 무르고 물이 나오는 것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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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말고도 울진에는 이 시기에 즐길 먹거리가 많다. 이시가리라고도 불리는 줄가자미는 지금이 제철이다. 사실 이시가리라는 물고기는 일본에 없다. 줄가자미를 일본 일부 지역의 방언으로 ‘이시가레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이시가리’로 와전됐다.
줄가자미는 심해어류다. 수심 150~1000m에서 바닥이 진흙이나 모래인 곳에 서식한다. 몸은 원형에 가까운 달걀모양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일반적으로 40㎝의 크기. 최대 55㎝까지 자란다. 큰 눈은 다른 가자미류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등은 암자색을 띠며, 크고 작은 원추형 돌기가 빽빽이 나 있다. 배는 껍질이 얇고 회색을 띈다.
줄가자미는 1~2월이 제철이다. 회를 뜨면 약간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살이라 시각적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회는 뼈째 썰어야 제맛이다. 3월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져서 맛이 떨어진다. 탄력 있는 육질과 적당히 씹히는 뼈의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고소함을 더해주는 데는 된장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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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문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구산항으로 가는 것이 좋다. 구산항은 아침마다 열리는 문어 위판으로 유명세를 타는 작은 항구다. 다른 항구와 마찬가지로 대게·오징어 등 철에 따라 잡는 물고기가 달라지지만 일년 내내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문어다. 문어를 주로 잡는 곳은 항구에서 5~10분 거리의 연근해다. 울진 앞바다에는 일명 ‘짬’이라는 갯바위가 있어 문어가 많이 잡힌다. 주로 갯바위 틈이나 바위구멍에 산다. 육질이 연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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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는 사실 동해안 전역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이다. ‘꼼치’가 표준어지만 곰치·물텀범·물곰 등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못생긴 물고기로 버림받았는데 이제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귀한 몸이 됐다. 게다가 100% 자연산으로 최근 들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산지에서도 비싼 편이다.
곰치는 역시 해장국이 최고다. 오죽하면 해장의 왕이라고 불릴까. 칼칼한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곰치를 텀벙텀벙 잘라 끓여내면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뽀얀 속살이 어우러져 쓰린 속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는 기분이다. 곰치국은 원래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업에 나선 뱃사람에게 든든한 한 끼이자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이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전은 한국 최초의 어류생태서 ‘자산어보’에서 ‘살이 아주 연하고 맛이 싱거우며 곧장 술병을 고친다’라고 썼다. 과연 해장의 왕이라 부를 만하다.
방어도 울진에서 맛볼 수 있는 겨울 별미다. 방어는 전갱이과에 속하는 해안성 회유어다. 몸통은 방추형이고 작고 둥근 비늘이 덮고 있다. 등쪽은 짙은 청색, 배쪽은 은백색이다. 주둥이 끝에서 꼬리자루 사이에 담황색 세로띠가 특징이다. 사실 방어는 몸집이 클수록 맛있다. 보통 2㎏ 내외를 소방어, 4㎏ 이하를 중방어, 5㎏ 이상이면 대방어로 부른다.
보통 회로 많이 먹는다. 감칠맛이 뛰어난 건 지방 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자로 ‘기름 방(肪)’자를 붙였겠는가. 기름이 오른 대방어는 참치 부럽지 않다. 부위별로도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갓잡아먹는 회보다 4시간쯤 지난 싱싱회나, 8시간이 지난 선어회로 먹는 것이 좋다. 갓 잡은 방어는 사후경직 때문에 감칠맛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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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곳=덕구계곡 초입에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이 있다. 구수곡 자연휴양림(054-783-2241)도 주말이면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 신선계곡 쪽에선 한화리조트 백암(054-787-7001)이 있다. 리조트 뒤편 온천학습관 마당에는 온천수가 솟는다. 마실 수도 있다. 무료 족탕 시설도 갖췄다.
△즐길 거리=‘2017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후포항 왕돌초 광장·한마음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역 수산물을 판매하는 ‘방티 페스티벌’도 열린다. 울진의 맛있는 수산물을 회·찜·탕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있다. 이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레크리에이션, 대게·붉은대게 직판, 관광객 특별경매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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