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춘래불사춘]②때이른 '바닥론'…경제는 여전히 L자형 불황

스마트폰 신제품 등장과 함께 온기 도는 유통시장
"한두 업종 잘 되다 퍼지지 않고 사그라들어 문제"
바닥론은 '시기상조'…"경기 상승추세 더 지켜봐야"
  • 등록 2016-04-06 오전 7:00:00

    수정 2016-04-06 오전 7:00:00

최근 10년 세계경제 성장률과 세계교역 신장률 추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을 겪은 후 2012년부터 세계교역 신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출처=국제통화기금(IMF)


[이데일리 김현아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의 ‘바닥론’이 스멀스멀 올라온 건 일주일 전부터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과 30일 각각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발표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4~5개월 만에 반등했다. 경제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가 꿈틀대는 신호라는 해석이 이때 나왔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광공업 서프라이즈’를 골자로 한 2월 산업활동동향이 통계청에서 발표됐다. 광공업 생산 증가율(3.3%)은 2009년 9월(3.7%)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 이튿날이 결정적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이 한자릿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관측이 보태졌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달 7일 이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거시경제 지표들이 차례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각 경제주체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의 성장이 경제 전체를 이끄는 기류여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있고,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라는 시각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 등장과 함께 온기 도는 유통시장

실제 스마트폰은 ‘나홀로’ 성장 중이다. 정책당국 안팎의 ‘1월 바닥론’ 기류의 선봉도 스마트폰이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각각 갤럭시S7, G5를 내놓으면서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번호이동 시장은 최대 1만8032건에 달했다. 번호이동은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가입자가 자신의 번호를 유지한 채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규모를 말한다. 번호이동 시장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일일 1만3000건(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과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전략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1만5053건), 지난 1일(1만5593건) 역시 1만3000건을 웃돌았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유통점 장려금(리베이트) 정책을 적극 펼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건수에다 기기변경과 신규가입 숫자까지 더하면 휴대폰 유통시장은 봄바람이 불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심리가 좋아지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 신제품의 선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주요 업종의 수출 증감률 현황. 단위=%
바닥론은 ‘시기상조’…“경기 상승추세 더 지켜봐야”

문제는 이 온기가 다른 업계에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선박 석유화학 등 기존 수출 주력군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세계교역 신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밑돌고 있다. 세계교역 신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3%를 기록한 이후 그 기저효과로 이후 2010년 12.5%, 2011년 6.7%을 기록하다가, 그 이후 2~3%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위기 전에는 통상 세계교역 신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더 높았다. 우리 경제도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2012년 경제성장률은 2.3%에 머물렀고, 이후 2.9%→3.3%→2.6% 등으로 부진하다. 2010년 6.5%, 2011년 3.7% 이후 본격 저(低)성장 국면이다. U자형 반등 기미 없이 지리한 L자형 불황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약간의 회복과 침체가 반복되는 게 L자형 불황의 특징”이라면서 “특히 최근 몇년은 한두업종만 회복을 보이다가 전체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사그라드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후 세계경제는 더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했다. 우리 산업계가 아무리 상품을 잘 만들어도 사 줄 곳이 없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들도 산적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등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3.6%다. 2010년 말(70.9%)과 비교해 32.7%포인트나 급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신흥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는 금융불안이 초래될 위험이 적지 않다.

‘빅샷’인 스마트폰의 성장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미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그런데 그 자리를 채워줄 신성장동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을 알려면 상승 추세를 몇달 정도 봐야 한다”면서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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