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IFRS4 2단계 도입 준비 '뒷전'…수장들도 관심밖

  • 등록 2016-02-21 오전 6:00:00

    수정 2016-02-2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오는 2020년 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 2) 도입이 예정돼 있지만, 보험사들이 아직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채규모가 급증해 추가 자본 확충의 부담이 크지만, 보험사들은 오히려 배당을 확대하는 등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필요 자본 확충 규모 40조원 이상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FRS4 2단계는 오는 2020년에 도입되며, 이와 관련한 기준서는 올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보험부채의 평가가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되는 점과 ‘수익과 비용 인식 시점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부채평가의 핵심인 상품의 분류기준과 할인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에 의해 40조원 이상의 자본을 추가로 채워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사가 적용하고 있는 부채적정성평가(LAT)는 상품을 유배당 확정형, 유배당 연동형, 무배당 확정형, 무배당 연동형, 변액보험 등 5가지로 분리해 결손금이 발생하는 계약과 잉여금이 발생하는 계약의 손실을 상계하고 있다. 그렇지만, IFRS4 2단계에서는 잉여금과 결손금 상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계약의 결손금이 모두 부채로 잡힌다. 이는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과거 고금리 시대에 판매했던 확정이율 계약금액은 지난 2014년 말 기준 145조6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보험 부채에서 25.8%로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삼성생명(032830)은 22조5000억원, 한화생명(088350)은 7조1000억원, 교보생명은 5조6000억원, 동양생명(082640)은 1조원의 결손금이 생기게 된다”며 “전체 계약을 상계하면 회사 재무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새 회계기준 적용으로 생보 업계 전체적으로 40조원 이상의 자본을 늘려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준비는 아직…배당 규모도 오히려 늘려

그렇지만, 대부분 보험사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도입 시기가 원래보다 2년 늦춰진 2020년으로 결정되면서 아직 시간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숫자로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보험사 수장들이 2020년까지 관심을 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4년 후면 수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배당에 인색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무색해졌다. 대부분 보험사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보통주 한 주당 5150원씩 총 2214억원(우선주 포함)의 배당을 결정하며, 사상 최대 배당에 나섰다. 메리츠화재와 동부화재도 작년보다 각각 601억원과 981억원이 늘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생명 보험사의 부채 규모와 재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면서 “보험사들의 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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