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2014구합75629)
사연은 이렇다. 2013년 11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B군은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와 충돌해 척추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B군은 A씨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이었다.
이후 B군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급여를 달라”고 요청해 보상금을 받았다. 공단은 A씨를 상대로 B군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의 절반을 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B군을 고용하면서 산재보험 등에 가입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처벌 차원이었다.
그러자 A씨는 “B군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며 “B군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산재보험급여 징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6가지 이유로 B군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 공단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배달원들이 자유롭게 배달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기에 일반 근로자처럼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시간과 근무 장소도 배달원들 스스로 정할 수 있었고 다른 회사의 일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취소 판결을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배달건수에 따라 수입을 얻고 이윤과 손실 모두 배달원에게 귀속되는 점, 근로계약서나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점, 오토바이 유류비와 사용료 등도 배달원 스스로 낸 점 등도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증거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업무 종사 방식이 많아지고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업종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보호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해당 사건을 이달의 판결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2015누61216)했다. B군은 서울고법에서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공단에서 받았던 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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