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판결]"배달앱 알바는 근로자 아니다"

배달앱 통해 배달하던 고등학생의 교통 사고
법원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산재보험 대상 아냐
“정보통신 발달, 산재를 개인적 불행으로 만들어”
  • 등록 2015-12-14 오전 5:00:00

    수정 2015-12-14 오전 9:31:38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노동도 예외가 아니다. 종전에는 당연히 근로자였던 배달원들의 지위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고용방식이 달라져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2014구합75629)

사연은 이렇다. 2013년 11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B군은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와 충돌해 척추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B군은 A씨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이었다.

이후 B군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급여를 달라”고 요청해 보상금을 받았다. 공단은 A씨를 상대로 B군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의 절반을 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B군을 고용하면서 산재보험 등에 가입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처벌 차원이었다.

그러자 A씨는 “B군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며 “B군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산재보험급여 징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배달대행업체의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먼저 업체는 음식점 등 배달인력이 필요한 가맹점에 스마트폰용 앱을 설치해준다. 이후 가맹점이 앱을 통해 배달원을 요청하면 이는 배달대행업체에 등록된 배달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배달대행업체는 프로그램 사용료로 가맹점으로부터 매달 10만원을 받는다. 가맹점은 거리에 따라 건당 2500~4500원의 배달비를 지급한다.

서울행정법원은 6가지 이유로 B군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 공단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배달원들이 자유롭게 배달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기에 일반 근로자처럼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시간과 근무 장소도 배달원들 스스로 정할 수 있었고 다른 회사의 일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취소 판결을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배달건수에 따라 수입을 얻고 이윤과 손실 모두 배달원에게 귀속되는 점, 근로계약서나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점, 오토바이 유류비와 사용료 등도 배달원 스스로 낸 점 등도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증거라고 판단했다.

‘서울변회와 이데일리가 뽑은 이달의 판결’ 선정 자문위원인 여연심(38·사법연수원 36기) 서울변회 인권이사는 “음식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사라지고, 앱 개발업체와 배달대행업체 모두 돈을 번다”며 “그 와중에 배달원이 법률상 갖는 지위는 모호해졌고 배달원의 사고는 개인의 불행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업무 종사 방식이 많아지고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업종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보호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해당 사건을 이달의 판결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2015누61216)했다. B군은 서울고법에서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공단에서 받았던 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 관련기사 ◀
☞ [이달의판결]대법 판결에 반기 든 하급심 “긴급조치 9호는 위법”
☞ [이달의판결]“스펀지로도 때리지 마라" 상처 없어도 정서학대
☞ [이달의판결]긴급환자 이송 중 사고낸 '119' 처벌 받아야 할까?
☞ [이달의판결]"사선 넘어 찾아온 난민, 심사기회 막지 말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비상계엄령'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