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이사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둘째를 키우려면 집도 더 넓어야 했고, 무엇보다 첫째를 더 좋은 단지의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좋다는 구립 어린이집 순번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을 잘 구하는 건 ‘워킹맘(working mom)’인 아내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이었지요. 퇴근 후 부동산에 갔습니다. 저희 자산보다 약 1억원 더 비싼 전셋집을 봤습니다. 1층이긴 했지만 좋아보였습니다.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과연 전세를 위해 큰 돈을 빌려야 할까.’ 그렇다고 매매를 위해 더 큰 돈을 대출 받는 건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몇몇 ‘양심적인’ 중개업자들은 금리 인상설과 공급 확대설 등을 거론하며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사실 선택지는 나와 있지요. 만약 제가 빚을 진다면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예상해봅니다. 이자 부담에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전보다 줄이게 되겠지요. 악착같이 더 저축하려 들기도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빚을 안 지고 이대로 산다면 어떨까요. 아마 주변에 둘째를 쉽사리 권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현재 1.2명입니다. 저는 이 통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꼴찌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망설이는 사회.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인구 감소는 인류가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대재앙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변수도 있습니다. 고령층이 늘고 젊은층이 줄면, 연금의 근간도 무너지지요. 세대간 갈등은 양극화의 또다른 양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인구 감소의 해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200여년 전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걱정했는데요. 맬서스 같은 비관론은 아니지만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도 인구 증가를 기본으로 했지요. 고전경제학이 그랬고, 현대경제학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구 감소는 어쩌면 전세계적인 ‘고난의 행군’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극적 인구론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봅니다. 맬서스는 인구에 비해 식량이 점점 부족해져 사회는 붕괴될 것이라고 단언했는데요. 이제는 인구에 비해 식량이 점점 과잉돼서(수요가 줄어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쉬운 저출산 대책…‘복지=투자’ 예산 개념 바꿔야
이렇게 인구 얘기를 늘어놓은 건 며칠 전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상당히 아쉽기 때문입니다. 신혼부부의 전세대출 한도를 더 늘려주고 현행 학제를 일부 단축한다고 해서 “그래, 한 명 더 낳자”는 분위기가 형성될까요.
돈이 없다고요? 예산의 구조 역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복지가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개념이 세워져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지역구에 어필할 수 있는 도로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보다 복지 예산에 더 집중하길 당부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의원은 “우리 상임위는 지역구에 ‘선물’을 줄 게 없다”고 하소연을 하던데요. 이런 지역 이기주의부터 깨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정교과서 싸움은 좀 뒤로 미루시길 바랍니다. ‘이념전쟁’ ‘진영싸움’에 몰두할 정도로 우리 살림살이가 여유롭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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