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당뇨병. 만성신부전 환자 "여름에도 위험"

고혈압 환자, 더워도 찬물 샤워는 곤란해 폭염 시에는 외출 삼가야
당뇨병 환자 혈당 조절 기능 저하되면 저혈당 발생 위험 높아, 발 관리도 주의해야
  • 등록 2015-07-25 오전 4:01:16

    수정 2015-07-25 오전 4:01:1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올 여름 더위 기세가 만만치 않다.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서유럽, 인도 지역에 이어 우리나라도 7월 중순을 지나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며 본격적인 여름 더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가 넘는 날이 2일 이상 지속되는 폭염이 발생하면 고혈압·당뇨병·만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실제 하버드의대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여름철 기온이 평균보다 1도가 오르면 당뇨병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률이 약 10%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심장학회의 연구에서도 기온이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길자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나치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땀으로 인한 탈수 증상과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한 심장의 과부하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고혈압을 비롯한 당뇨병, 만성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더운 한낮에 외출을 삼가고,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와 수분 섭취 등 폭염에 대비하는 생활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환자는 급격한 체온 변화 주의해야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심혈관에 부담을 준다. 폭염이 계속되면 혈액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아래 모세혈관으로 집중되는데, 이럴 경우 표면의 순환 혈액량을 늘리기 위해 맥박이 빨라지는 등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또 체내 혈액이 피부 쪽에 몰리다 보니, 장기나 근육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과부하 되며 혈압도 오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되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다.

뜨거운 온욕 역시 혈압을 오르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고 냉방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 차이가 4~5도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격렬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탈수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이므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당뇨 환자,수분 보충하고 당분 함량 높은 간식 피해야

무더위에 노출되면 수분 소실이 많아질 수 있고,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탈수 현상이 나타나면서 심한 경우 급성 당뇨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생활 습관의 변화와 함께 혈당 조절 기능 자체가 저하되어 고혈당 증상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현기증으로 쓰러져 낙상하는 사고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운 날씨로 인한 불면, 스트레스 역시 혈당을 높이는 데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청량음료나 빙과류, 과일 주스 등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분 함량이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수박이나 포도, 망고, 참외 등의 당도 높은 과일도 1~2조각 이상은 먹지 않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의 수분 섭취를 위해서는 냉수가 가장 좋으며 보리차나 시원한 녹차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스포츠 음료는 흡수 속도가 빨라 갈증 해소의 장점이 있지만, 당분 함량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서는 발 건강 관리도 필수다.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홍영선 교수는 “여름철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양말을 벗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뇨병 환자들은 피부 신경이 둔해져 상처가 나기 쉽고 또 세균 감염에 취약해 상처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을 잘 씻고 보습제를 바른 뒤, 덥더라도 땀이 잘 흡수되는 면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또 평소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는 환자라면 발을 자주 살피고 이상이 있을 때는 주치의와 바로 상의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신부전 환자, 하루에 물 1L 이내로 섭취하고 칼륨 많이 든 과일과 채소 조심

만성 신부전 환자는 더위로 크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에 비해 수분과 전해질(칼륨 및 나트륨) 배설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름철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과일과 야채의 섭취이다. 콩팥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칼륨의 배설 능력이 떨어지므로, 수박, 바나나,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토마토, 호박, 감자 등 칼륨 함량이 높은 야채를 많이 먹게 되면 근육 쇠약, 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 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다. 복숭아나 사과, 오이, 무 등은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적은 편이다.

수분 섭취 역시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맹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 물은 하루에 1L 이내로 섭취하도록 하고 물을 마시고 붓는 증상이 심할 때는 주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식중독도 주의해야 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 위험이 높아 여름철에는 생선회와 같은 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강덕희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쉽고 여름휴가 등의 분위기에 빠지다 보면, 평소에 식사와 생활 습관 관리를 철저히 하던 사람들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과도한 수분 섭취, 칼륨 섭취가 치명적이고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 및 피부 감염에도 취약하므로 날씨가 더워질수록 생활 습관 관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려 상대적인 탈수 상태에 빠지는 것도 콩팥 기능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분 섭취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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