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인 B사는 최근 사내 불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유부남인 팀장과 미혼 여직원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시끄러웠긴 했지만 사생활인 만큼 회사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불륜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삼성 등 일부 기업은 불륜이 적발되면 해고조치까지 내리는 등 강경대응한다. 외부에 노출될 경우 회사 이미지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편의를 봐주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불륜도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눈감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삼성 “불륜남녀 용서 못해”
원칙적으로 불륜을 이유로 회사가 직원을 징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무 범위 밖에서 일어난 부정행위의 경우에는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간통이 불법인 시절에도 법원은 불륜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직원의 불륜 행위로 회사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된 경우에는 해고를 인정하는 게 기존의 판례다. 기업들 또한 불륜 자체보다는 불륜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삼성에서는 불륜 자체가 해고사유가 된다. 삼성 관계자는 “불륜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풍기문란 행위에서 제외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도 적발될 경우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도 여전히 불륜남녀는 용서받기 힘들다. 정부는 간통죄 폐지 이후에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징계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임만규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간통죄로 형사처벌이 안 되더라도 간통은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행위”라며 “간통한 공무원에 대해 품위손상, 조직문화 훼손 사유로 계속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통죄 폐지됐어도 ‘불륜은 불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간통에 대한 국가형벌권만 사라졌을 뿐 비난받아 마땅한 죄라는 인식은 변함이 없다”며 “대다수 회사가 간통죄를 저질러 조직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해고했을 것이기에 이번에 간통죄가 위헌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해고된 불륜 직원이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불륜=불법’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만큼 징계 규정을 정비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간통죄로 무조건 처벌할 수 없게 돼 품위손상 사유를 적용하더라도 징계 수위는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추상적으로 규정된 품위손상 징계규정·기준을 새로 만들고, 과거보다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징계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