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式 감성경영‥직원과 通하다

창립 후 67년간 매월 정기조회 전통
직원과 열린 대화의 장..거리좁히기
  • 등록 2012-10-09 오전 8:01:00

    수정 2012-10-09 오전 8:01: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10층 강당. 오전 8시30분 다가오자 임직원이 빼곡히 모여들었다. 서경배 대표이사 주재로 매월 첫 출근일에 열리는 월례 정기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달 정기조회는 추석과 개천절이 끼면서 다른 달보다 며칠 늦어졌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고(故) 서성환 회장이 회사를 창립한 해인 1945년부터 매달 첫날인 1일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회를 실시해 왔다. 서 대표(50·사진)도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선대 회장의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바뀐 것이 있다면 고 서성환 회장의 경우 조회사를 읽고 끝내는 정형적인 월례행사 형식을 차용한 반면 서 대표는 직원들과 열린 대화를 통해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최근 국제동향서부터 역사나 좋아하는 주역(周易),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얘기도 포함된다. 해외출장이나 전시회 등에서 보고 들은 생각도 여과없이 직원들과 공유한다.

이날 조회에서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승자의 결정은 변화와 위기의 순간에서 판가름난다”며 “해답은 회의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까지 불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뒤집어 생각하면 되레 작은 배려에 감동할 수 있는 시점이 불황이다”라며 “이때 오히려 고객에게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서 대표가 주재하는 월례 조회는 주입식 훈시가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며 “서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감성 경영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서 대표의 이 같은 감성경영은 조회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서 대표는 지난 2002년 7월부터 사장, 부장, 팀장 등 모든 직위의 호칭을 없애고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도록 했다. 권위 의식을 없애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 자신도 사내에선 ‘서경배 대표’가 아니라 ‘서경배님’이다.

서 대표는 일년 중 3분의 1이상을 해외와 현장에서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행 중 읽은 책이나 그림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또 글로벌 기업들을 방문해 얻은 경영기술을 회사에 접목하기도 한다.

서 대표의 감성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회사 관계자는 “서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 조용한 카리스마로 통할만큼 냉정한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형식을 파괴한 유연한 경영자이기도 하다”며 “이런 경영철학은 직원의 애사심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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