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의약외품 슈퍼 공략 본격화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의 의약외품의 슈퍼·편의점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반대하는 약사들의 눈치에 의약의품의 슈퍼 공급을 주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신규 제품 허가도 증가하는 추세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복지부의 의약외품 규정 개정 이후 총 42개 품목이 새로운 규정에 따른 의약외품 허가를 받았다. 기존에는 일반약으로 분류됐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이 42개라는 얘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박카스, 까스명수 등 48개 품목을 일반약에서 슈퍼에서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고 이에 맞춰 의약외품 허가 규정을 조정한 바 있다.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삼성제약의 '까스명수', 동아제약의 '박카스F' 등 35개 품목이 일반약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가 변경됐다. 정부의 의약외품 규정 개정에 따라 해당 업체들이 허가변경 신청을 완료한 셈이다.   또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중 박카스F는 당초 생산이 중단됐지만 동아제약(000640)이 최근 슈퍼마켓 공급용으로 구성성분을 바꾸고 용량을 늘려서 생산키로 한 제품이다. 동아제약은 지난 7일부터 편의점에 박카스F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약국에는 종전대로 박카스D를 공급한다. 

제약사들이 슈퍼 공략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제품도 있다.

동화약품(000020)의 '까스활명수소프트엠액'·'까스활액'·'활원액'·'까스활액', 일양약품(007570)의 '원비디진액', 대신제약의 '대신스마트쿨에어파스', LG생활건강(051900)의 '볼트에너지액' 등 총 7개 품목은 바뀐 의약외품 기준에 맞춰 새롭게 허가를 받았다. 

동화약품은 생산하지 않았던 '까스활명수소프트액'과 '까스활명수라이트액이 의약외품으로 전환한데 이어 소화제 4종을 슈퍼마켓 공급용으로 장착했다.   일양약품의 자양강장제 원비디는 카페인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이에 일양약품은 카페인을 제거한 슈퍼용 원비디액을 허가받았다.

동화약품과 일양약품 측은 "새롭게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의 슈퍼 공급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언제든 슈퍼마켓을 공략할 채비는 갖춘 셈이다.

당초 의약외품의 일반약 전환 정책이 시행됐을 때 제약사들이 약사들의 눈치 때문에 슈퍼판매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형국이다. 정부의 리베이트 감시 강화, 약가인하 등으로 의약품 시장 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매출 확대를 위한 기회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LG생활건강(051900)은 박카스와 같이 무수카페인 성분을 30mg 함유한 '볼트에너지액'을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으면서 이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일반약 슈퍼판매에 반대하는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제품의 슈퍼 공급을 주저했다"면서도 "결국에는 신제품 개발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매출 확대가 가능한 슈퍼마켓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일반약→의약외품·신규 의약외품 허가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