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지난번에 아쉽게도 떨어졌어요. 다음번엔 가족을 총동원해서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미지=게티이미지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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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6)씨는 11월에 있을 지역상품권 판매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 5일에 있었던 지역상품권 판매의 날에 상품권 구매를 놓쳤기 때문이다. 7%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에서 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탓이다. 김씨는 “병원에서도 쓸 수 있고 시장도 갈 수 있어서 꼭 필요했는데 지난번에 못 사서 아쉬웠다”며 “추가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사를 보고서 가족 모두에게 그날 대기하라고 말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고물가 속 지역상품권의 인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상품권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모두 팔리는 일종의 ‘오픈런’(Open run,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구매한다는 뜻의 신조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비 지원이 줄면서 할인율인 기존 10%에서 7%로 줄고, 일부 사용처가 제한되기도 했지만,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월급은 제자리인데 자장면 한 그릇이 7000원, 삼겹살 1인분도 2만원 가까이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씀씀이를 줄이려는 사람들의 상품권 구매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서모(38)씨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1년부터 지역상품권 구매에 푹 빠졌다고 했다. 서씨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도 부담인 데다 물가까지 오르고 있어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지역 상품권 10% 할인은 쏠쏠한 짠테크였다”면서 “친정 부모님과 남편까지 모두 동원해서 상품권 구매를 하려고 준비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할인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7% 할인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날짜를 기록해 뒀다가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상품권의 인기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냉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9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3.4포인트 하락한 99.7로 두 달째 하락, 넉 달 만에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지수 하락폭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2개월래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인터넷에선 지역상품권 구매 팁까지 공유되고 있다. 인터넷 한 이용자는 “1시간 대기하다 튕기고 해서 힘들었다”며 “데이터로 접속했다가 구매하기를 클릭한 뒤, 대기시간이 뜨면 ‘비행기모드’로 껐다 켜보면 결제로 바로 넘어갔다. 1시간을 왜 기다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5분 전에 알람을 맞춰 두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구매하려는 액수를 확인해서 결제 계좌에 넣어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역상품권 국비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1)씨는 “고물가에 한 푼이 아쉬운데 정작 돈을 써야 할 곳에 안 쓰고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곳에 돈을 풀며 서민들도 할인받을 수 있고 지역 상권도 살 수 있는데 왜 줄이려고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