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졸라맬 허리도 없다”…2차 재난지원금 제동 건 홍남기

국회 예결위 참석 “전국민 지급, 100% 국채 발행해야”
“지출 구조조정 한계…공무원 임금 삭감 재원 많지 않아”
“맞춤형 선별적 지원해야,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확대”
  • 등록 2020-08-25 오전 12:00:00

    수정 2020-08-25 오전 7:15:44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한광범 기자] 정치권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을 책임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예산을 추가로 구조조정할 여지도 적고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1차 때처럼 전국민 대상이 아닌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차 지급과 상황 다르다, 방역 집중할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와 관련해 “방역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번주까지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보고 경제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추후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미 상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금액으로는 4인가구 이상 기준 100만원씩 총 14조원2000억원 규모다.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경제 충격 우려가 커지자 또 다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겹쳤지만 지금은 경기가 상당히 회복 조짐 보이는 양상이어서 아직까지 (경기 여건이) 양호하다”며 현재 경기가 상반기처럼 급격한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재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1차와 같은 전국민 지급도 힘들다. 홍 부총리는 재원 마련과 관련해 “앞으로 (1차와) 비슷한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적자로 충당해야 한다”며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원 조달이 더 이상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1~3차 추경을 통해 25조원 정도 규모로 지출 구조조정 할 사업은 거의 다 했고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공공기관 지출을 구조조정해도 국가가 쓸 수 있는 재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공무원 임금 삭감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공무원 인건비에서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려면 상위직은 가능하겠지만 80%인 하위직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데 이들 하위직 100만명의 공무원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남은 (기간이) 네달인데 준비기간 한 달을 고려하면 시간이 없어 재원이 많이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100만여명의 공무원들의 반발과 실제 조달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감안하면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재난지원을 재원 조달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긴급 재난지원금보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전국민 지급보다는 저소득층 등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홍 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감안해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선별이란 전국민의 50%나 70% 등 일정 계층을 다 (선별해) 주는 것이 아니고 맞춤형으로 주는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선별 지급 방식이어도 소득 등을 기준으로 전체 일정 비율을 구분해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취약계층을 별도로 분리해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제도가 이러한 선별의 대표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150만명에게 (한달에) 50만원씩 3개월간 150만원을 주고 있는데 이것이 선별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의 경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총 15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초 정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하면서 편성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자 금액을 추가 지원할 뜻도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에 신청한 176만명 중 지급이 결정된 128만명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묻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 질의에 “나머지 심사 이뤄진 분들에 대해서도 자격이 돼 지원한다면 5000억~6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4000억원 정도 예비비에서 지원하고 2000억원 정도는 고용보험 변경이나 기존 예산 변경으로 충당해 차질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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