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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구 K마켓 회장은 베트남을 찾는 국내외 식품기업 관계자 사이에서 항상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K마켓을 통해 현지 유통에 나서기 때문이다. 단순히 슈퍼마켓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베트남 최대 유통 기업이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2004년부터 운영해오다 사업권을 대한제분에 넘긴 커피·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도 베트남에선 K마켓을 통해 팔리고 있다.
고 회장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억원의 투자금을 가지고 2002년 베트남에 첫 발을 들인 고 회장은 백화점 사업을 하다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다 2006년 K마트(K마켓의 전신)를 설립하고, 한식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고 회장은 “백화점을 정리하다보니, 유일하게 잘 팔린 상품이 ‘인삼’이라는 걸 알았다”며 “인삼 유통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한국 식품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한류에 열광하는 베트남의 젊은층 입맛을 공략하면 한식의 베트남 진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당시만해도 베트남 내 한국식품의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하는 제품보다 버리는 식재료가 더 많았다”며 “특히 교민을 중심으로 한 사업엔 승산이 없다고 보고 K마켓만의 차별점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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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고 회장은 “K마켓이 다른 매장과 다르다는 것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결국 잘 나가는 제품을 미리 알아보고, 선점한 것이 중요하다. 교민 시장만 쳐다보고 있어서 안 된다.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한국기업이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방법으로 ‘상생’을 꼽았다. 고 회장은 “70여개 직영매장에서 매니저 점장 관리인 배달원 판매원 캐셔(계산원) 등 750여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사를 바라보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써클K, 세븐일레븐 등 해외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로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경쟁사’가 아닌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B2B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K마켓은 베트남 위조방지기술원이 발표한 ‘2017년 베트남 일류 상표·상품·서비스기업(이하 베트남 100대 브랜드)’ 현지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7000평 규모의 유통물류센터와 본사를 신축 중으로 올해 말 입주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