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중도사퇴로 마감한 반기문 전 총장

  • 등록 2017-02-02 오전 6:00:00

    수정 2017-02-02 오전 6:00:0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결국 대권도전 의지를 접고 말았다.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불출마 방침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실망감의 표현으로 국내 정치 풍토에 그 이유를 돌렸다. 유엔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 지난달 12일 귀국과 함께 본격 행보를 해오다가 불과 20일 만에 포기 선언에 이른 것이다.

반 전 총장이 바로 전날만 해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개헌추진협의체 구성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중도 사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지난 설날 연휴를 전후로 여러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보폭을 넓혔던 상황이다. 최근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선거판에 늦게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완주할 만한 여건이었다. 하지만 역전이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사태가 돌변하기까지는 처음부터 반 전 총장이 국내정치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으므로 귀국하게 되면 여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보수진영을 대표해 지지도가 다른 예비후보들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지난 연말 ‘최순실 게이트’가 확대되기 전까지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냉혹했다. 그가 개헌을 매개로 삼은 ‘빅텐트’ 구상으로 여야를 아우르려 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데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일정에 따라 조기 대선 시계가 빨라지는 판국에 개헌을 먼저 하자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자신의 과거 의혹을 검증하겠다고 달려드는 눈초리들도 차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반 전 총장은 처음부터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게 바람직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그냥 사회 원로로 남아 있는 편이 훨씬 좋을 뻔했다. 그의 높은 뜻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우리 정치판도 문제지만 그 역시 정치 현실을 너무 쉽게 여겼다는 질책을 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대선 판도가 확연히 달라지게 됐다는 점을 떠나서도 중도 사퇴에 이른 그의 정치 행보가 아쉬운 이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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