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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성공한 한 영화배우가 시도한 중요한 성공 요인이 들어 있다. 승패 여부를 가름하는 ‘마음의 힘’ 말이다. 그중 특히 짐 캐리가 고안한 방법이 있으니 ‘시각화’다. 성공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인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또 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마음의 힘을 보여주는 유사한 사례는 하나 더 있다. 한때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뛰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얘기다. 두 선수를 지켜본 축구단 코치는 그들의 승패를 일찌감치 간파할 수 있었단다. 이유는 하나였다. 호날두는 언제나 ‘좀 더 잘할 수 있다’고 자극한 데 비해 루니는 ‘이만하면 됐다’고 다독였다는 것. 결과는? 코치의 예상대로 또 그들의 생각대로 전개됐다. 호날두와 루니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당시 루니는 누가 봐도 ‘그만해도 되는 수준’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두 선수를 갈라 세운 건 딱 한 가지 ‘마음’뿐이었다는 얘기다.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의 전략참모로, 노동당 정권을 창출한 실질적인 2인자로 알려진 저자가 ‘세계의 승자들’을 만났다. 동서냉전을 끝장 낸 정치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인도의 경제발전을 주도한 나렌드라 인도 총리, 혁신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미디어계 판도를 뒤집은 ‘허핑턴 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대를 연 축구감독 알렉스 퍼거슨,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인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 등 굵직한 인물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지구촌을 쥐락펴락한 정치인·기업인을 비롯해 스포츠인과 배우·감독까지 최고의 승자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주역들. 그들을 닥치는 대로 인터뷰한 저자가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의 정치부장 이력을 십분 살리며 끌어내려 한 것은 한 가지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 자리에 올려놨는가.
▲‘전략이 신(神)’인 까닭
흔히들 꼽는다. 사람을 모을 줄 아는 인성과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리더십, 사람을 꺼낼 줄 아는 기술. 이 정도를 갖췄다면 인생에서 팡파레는 늘 따라오는 옵션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저자는 별스럽게 ‘전략’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왜? 능력과 야망이 아무리 대단해도 밀어붙일 주도면밀한 전략이 없으면 말짱 ‘꽝’이니까. 저자는 블레어 총리가 총선에서 세번이나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을 선거 사무실에 붙여놨던 문구 하나로 요약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전략을 섬긴다.’
일단 전략은 거창한 것이란 편견을 깨버리면 된다. 가령 이런 거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요트선수로 인정받는 벤 아인슬리의 경기 전략은 당연히 날씨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눈비가 쏟아지는 현상이 어디 사람 뜻대로 되던가. 이 신의 영역을 아인슬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전략은 날씨와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면 모든 게 소소한 전술에 좌우된다. 다만 전술적인 행동은 모두 전략의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전략을 신처럼 떠받든 인물 중 하나다. ‘생존’과 ‘단순화’가 그것. 애플은 더 나아가 잡스의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무조건 글로 정리하는 것. 그러곤 ‘글로 표현하지 않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란 기업문화까지 기어이 만들어냈다.
▲‘불광불급’…미치지 않고선 미치지 못하더라
물론 리더십이나 팀십을 무시할 순 없다. 내용은 좀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리더십은 차분하게 목표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다가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로존 위기를 극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란다. 팀십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그를 둘러싼 팀의 단합 없이 큰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한다. 특히 스포츠경기에서라면. 예컨대 퍼거슨 맨유 전 감독은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먼저 껴안은 이가 유니폼 등 소품을 담당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팀을 저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은 스포츠분야의 팀십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리더십이나 팀십을 넘어서는 승자의 강인함은 또 다른 경지에 있었다.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이다. 영국의 육상스타로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세바스찬 코는 상담해주겠다고 다가온 심리학자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내가 정상으로 보이나. 하루에 세번, 일주일에 160㎞를 달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팀에 정상인은 한명도 없다. 전부 다 미치광이뿐이라고.”
사실 뻔한 얘기다. 아무리 그럴듯한 포장을 한다고 해도 승자의 도식이란 건 패자가 볼 때 우주의 블랙홀 공식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주장을 귀담아 듣고 피 끓는 의지를 불태운다면 더 이상할 노릇이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있다. 마치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덤벼드는 자세다. 그들의 승리가 지금껏 살아 있는 가치라면 틀림없이 ‘불광불급’의 색이 깊이 배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