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은 정기적으로 전국 병·의원 및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거래 현황을 조사하고 제약사와의 거래과정에서 보험상한가보다 낮게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합니다.
제약사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을 싸게 팔수도 있는데 이때 가격을 왜 깎을까요.
국내 약가제도의 근간인 실거래가상환제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지난 1999년 11월부터 시행된 실거래가상환제는 보험상한가를 시장에서의 거래가격으로 내리는 내용이 핵심입니다(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보험상한가보다 비싸게 거래됐다고 가격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22조를 보면 한약제 외의 약제는 구입금액에 따라 결정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보험상한가가 100원인 의약품을 50원에 거래했을 때 상한가를 50원으로 인하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때 특정 약국에서 50원에 거래됐다고 약가를 무조건 50원 깎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 인하 기준은 가중평균가격입니다. 가중평균가격은 약제 실거래가 조사를 한 결과를 기준으로 의약품 공급업자가 요양기관에 공급한 약제에 대한 총 공급금액을 총 공급량으로 나눈 가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상한가 100원짜리 의약품 A가 연간 10개 팔렸는데 5개는 100원, 5개는 90원에 거래됐을 경우 가중평균가는 95원입니다(총 판매금액 950원÷총 판매량 10개).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A 제품의 보험상한가는 5원 떨어지게 됩니다.
제약사들이 보험상한가대로 팔면 가격인하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영업현장에서는 조금이라더 더 많이 팔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 혜택을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10개를 주문하면 1개를 더 준다든지, 의약품 거래대금 1만원 중에서 500원을 깎아주더라도 모두 저가 거래행위에 해당합니다.
도매상이 병의원이나 약국에 싸게 공급해서 약가가 깎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은 제품을 두 개 이상의 업체가 공동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제휴 업체가 싸게 팔았다는 이유로 자사 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약가인하를 피하려면 지정된 가격으로만 팔아야 한다는 얘긴데, 막상 거래 현장에서는 변수가 많아 100% 지켜지기는 힘듭니다. 제약사 입장에선 실거래가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약가인하를 유예해달라고 하소연하거나, 어떻게든 약가인하 폭을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