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032830)이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등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3위사인 교보생명도 잇달아 사옥을 매각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과 더불어 보험사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교보생명 잇달아 사옥 처분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서울 강동·전라도 광주·송탄·안양· 강원도 원주·인천 주안 사옥 등을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앞서 14개의 사옥이 매물로 등장했고 이중 올해 3개의 사옥이 팔려 총 17개가 남았다. 현재 시가를 적용하면 안양사옥 185억원, 송탄 사옥 95억원 등을 비롯해 총 17개 사옥의 몸값은 16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부동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자산운용 효율화 측면이 강하다”며 “대부분의 매물은 오래된 도심에 있어 수익을 얻기보다 비용이 지출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된 사옥을 팔아 현금으로 유동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생명도 본사 사옥을 포함해 서울 대치·동교동·동여의도·수송·송파·서초메트·종로타워 등을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본사 사옥 6500억원 등 사옥들의 몸값을 따져보면 1조 78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삼성과 교보 등 대형 생보사들이 사옥을 파는 건 자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저유가 등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 규제도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부터 보험사 신용위험을 측정하는 신뢰 수준이 95%에서 99%로 올랐다. 이는 기존에는 5% 확률로 발생할 위험을 대비해 자본(책임준비금)을 쌓았다면 이제는 1% 확률로 발생할 위험에 대비할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뜻.
내년부터는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RBC제도가 자회사 자산과 부채 등을 포함한 연결 RBC제도로 강화되는 방안도 도입된다. RBC제도란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줄 수 있는 여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가용자본(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을 요구자본(위험 현실화 때 손실액)으로 나눈 수치다. 생보사 200%, 손해보험사 150%가 금융감독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이다.
현재 생보사들은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보험산업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발행금리도 계속 오름세다. 일례로 지난 10월 한 중견 생보사가 후순위채를 발행해 1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려고 했지만 투자자를 다 모집하지 못해 7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제를 완화해 숨통을 터줬지만 판단은 시장의 몫”이라며 “업계 전망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부동산 자산은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 채권에 비해 자금조달이 유연한 측면이 있다”며 “교보생명의 경우 인터넷은행에서 발을 뺀 이상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삼성생명도 재무 건전성 외에 중간지주회사로 전환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