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2013년 11월의 마지막 날. 전세계에서 드물게 확장중인 빙하,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제외하고 가장 거대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ar)’를 보러간다. 폭 5km, 높이 60~80m에 안데스 산속 칠레 국경까지 뻗어있는 빙하의 길이는 35km나 된다.
| 저 멀리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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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마트에서 산 오이, 햄, 치즈, 양파 등을 넣고 샌드위치를 쌌다. 버스를 타고 한 두시간쯤 달려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품은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입구에 닿았다.
| 버스를 타고 전망대 가는 길에 만난 페리토 모레노 빙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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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 산타크루즈주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면적은 총 4459km²에 달한다. 1981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 1인당 130페소인 국립공원 입장료.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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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직원이 버스에 올라 타 국립공원 입장료를 거둬간다. 아르헨티나 국립공원중 2번째로 큰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47개 빙하들이 자리한다. 공원의 30%는 얼음으로 덮여있고, 남쪽에는 1466km²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르헨티노 호수(Lago Aregentino)가, 북쪽에는 1100km²의 비에드마 호수가 자리한다.
| 엄청난 크기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설명해놓은 안내판. 엘 칼라파테와 엘 찬텐이 점처럼 보인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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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니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간단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2시간 가까운 자유시간을 가졌다.
| 전망대에서 본 페리토 모레노 빙하.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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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겸손해진다. 군데군데 모레노 빙하가 무너지면서 굉음을 낸다. 정말 장관이다. 저 끝이 보이지 않는 산속에서부터 매년 600~800m가량의 빙하가 새로 생성된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 군데군데 지저분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빙하가 무너져 내리며 굉음과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했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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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빙하의 표면이 얼룩덜룩 때가 타 내가 생각했던 깨끗하고 순수한 빙하는 아닌 게 좀 아쉽다.
| 웅장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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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휴게소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몸을 좀 녹였다. 관광지라 그런지 물가가 비싼 편이다. 음료수를 사들고 나와 인적이 드문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차갑긴한데 참 맛있다.
| 직접 만든 샌드위치로 맛있게 점심을 때웠다.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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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간이 끝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여기까지 왔는데 빙하 위를 걸어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미니트레킹을 위해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15분쯤 배를 타고 들어가는 길에는 빙하의 조각들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생각보다 큰 덩어리도 있고, 빙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 배를 타고 가며 만난 푸르디 푸른 빙하.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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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내려 5분쯤 걸으니 미니트레킹 시작점이 나온다. 빅아이스 투어를 했다면 편도로 1시간정도 더 깊숙히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다행이지 싶다.
| 전문가들이 아이젠을 단단히 착용해준다. 상당히 날카롭다.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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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에 가까이 다가가니 지저분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빛이 마구 반사돼 눈을 뜨기 힘들다. 바람도 꽤 불어 모자와 장갑, 선글라스까지 무장하고,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은 전문가들이 한명씩 직접 단단히 채워준다.
| 아이젠 착용후 신발 샷.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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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미리 살펴보는 가이드와 중간에서 돌봐주는 가이드 2명이 한 팀을 짜 트레킹에 나섰다. 빙하가 미끄러우니 아이젠으로 찍으면서 걸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군데군데 있는 별로 깊어 보이지 않는 트레바스도 매우 위험하니 주의하라고 한다. 앞사람이 디딘 곳만을 안전하게 따라 가라고 했다.
| 저 트레바스 인근에서 여유있게 서있는 저 다리는 바로 가이드. 보기만해도 무섭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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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이끄는 가이드는 딱 보기에도 베테랑 포스가 난다. 흡사 조지클루니같은 느낌이다. 가이드를 따라 걷는 미니 트레킹은 1~2시간정도 코스로 빙하 위를 걷게 된다.
| 걷고 또 걷고…. 미니트레킹은 1시간 좀 넘게 진행됐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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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만난 푸르디 푸른 빙하 물과 얼마나 깊은 지 보라색으로 보이는 트레바스들. 뾰쪽뾰족 솟아 오른 빙하의 모습들이 이채롭다. 앝게 녹은 빙하물이 고인 곳에 서니 바로 물위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에는 미처 담기질 않는다. 물위에 떠있는 기분 묘하다.
| 빙하 녹은 물이 고인 샘같은 곳도 있고, 빙하 녹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도 있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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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중간에 빙하를 넣은 위스키와 아르헨티나 초코파이를 먹는다. 우와! 독주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이건 완전 꿀맛이다. 목이 마르면 빙하가 녹은 물을 받아마시면 그뿐이다. 정말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 물이 살아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빙하물을 좀 더 마실 걸 그랬다.
| “Cheers~!!” 빙하를 넣은 위스키를 한 잔 마시니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다.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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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트레킹 중간중간 다른 팀을 만나기도 했고, 저 멀리 보이는 다른 팀들은 줄지어 걷는 개미들 같기도 하다.
| 저 아래 한 무리의 미니트레킹팀이 보인다. 바다 같이 보이는 물은 아르헨티나서 가장 큰 호수인 라고 아르젠티노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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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이 무거워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걷다보니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다. 빙하에서의 첫 경험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탓이리라. 미니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와 아이젠을 벗으니 날아갈 것 같다.
| 푸른 색과 흰색이 조화로운 아르헨티나 국기. 빙하색을 꼭 닮았다.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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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미니트레킹 시작점에 나부끼는 작은 아르헨티나 국기가 유독 눈길을 끈다. 빙하 트레킹을 마치니 아르헨티나 국기의 하늘색이 바로 좀 전에 본 빙하색 그대로다. 너무 아름답다.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5분여를 걸어 선착장으로 왔다.
| 배를 타고 나가기 전 모레노 빙하 투어 기념 컷. 사진=신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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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있는 커다란 돌위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으니 나른해진다. 저기 배가 들어오고, 우리는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다시 엘 칼라파테로 돌아왔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 하나로 칼라파테 도시가 먹고 사는 것 같다. 린다비스타에 돌아온 우리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칼라파테에서 산 마그넷은 지금 봐도 참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좀 더 살 걸 그랬나보다.
내일은 엘 찬텐으로 떠나는 날. 토레스 델 파이네처럼 피츠로이도 그 모습을 보여줄까. 처음 만난 모레노 빙하처럼 설렘을 가득 안고 내일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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