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기구는 구색 맞추기용”
지난 1월6일 전체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뒤 25일 현재까지 25차례(전체회의 5회, 연금개혁·노후소득보장·재정추계 분과회의 20회) 공식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야당은 재정추계가 제외된 알맹이 없는 개혁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고, 노조는 대안없는 비판만 계속했다. 이로인해 여야·정부·노조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큰 틀조차 합의하지 못한 실정이다.
연금전문가들은 ‘대타협기구는 애초부터 대타협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대타협기구 파행은 처음 구성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준호 정부개혁연구소 소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은 “서로 다른 소속 의원 20명이 모여 정책적 타협안을 낸 전례가 없다”며 “대타협기구는 처음부터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 특위 전 샅바싸움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대타협기구는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교육부·행정자치부·보건복지부·인사혁신처·전국공무원노조·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한국교총·한국노총공대위·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민주정책연구원, 김태일·김용하·양준모·김상호·김연명 교수 등 위원 20명으로 구성됐다.
여야·정부·노조는 기본적인 용어조차 합의하지 못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지난 18일 ‘정부안’을 놓고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안’에 대해 “이미 제출한 기초제시안을 공식화 하면 되는 안”이라고 밝혔지만, 인사혁신처는 “정부안은 단체교섭을 거쳐야 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정부입법안”이라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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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기구는 3개월이라는 짧은 시한에도 2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2월 말까지 회의는 몇차례 개최되는 데 그쳤고 그나마 열린 회의에서는 현황보고만 이뤄졌다. 3월 들어서야 ‘벼락치기’ 식으로 회의가 연일 열렸다.
뒤늦게 과부하가 걸리다 보니 논의결과를 국민에 공개하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공무원연금개혁 홈페이지(www.gepr.go.kr)의 ‘연금통계’ 코너는 2월 9일, ‘논의 중인 개혁안 소개’ 코너는 2월 26일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국민대타협기구는 자체 홈페이지조차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한 데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야당은 노조와 여론 양쪽의 눈치를 보며 개혁 발목잡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단일안 불발 시 ‘강행처리’ 수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타협기구 종료일인 28일까지 단일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논리에 따라 연금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여당 법안과 비슷한 수준에서 강행 처리하거나 여야 간에 사안별 ‘주고받기’ 식 협상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 소장은 “대타협기구 논의를 거치면서 여당은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을 얻었고, 야당·노조는 시간을 버는 실리를 챙겼다”며 “합의 없이 특위로 가면 여당이 밀어붙이거나 정부안 수준으로 조정해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타협기구 종료를 앞둔 25일 야당의 개혁안이 공개되면서 막판 대타협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공무원노조도 이르면 26일 별도의 자체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기정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새정치연합)은 “여당 안대로 가면 공적연금 기능을 못 하게 된다”며 “대타협기구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합의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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