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 없을 것"…31년 '면 박사'의 자부심

정세장 면사랑 대표이사 인터뷰
"K누들, 불닭만 있는 것 아냐"…'30년 축적' 기술로 세계 정조준
B2B 넘어서 B2C 시장 공략 본격화
생면·냉동면 비중 20% 불과…"성장 가능성 커"
편의성과 고품질…냉동면 가정 간편식 시대 올 것
  • 등록 2024-11-12 오전 6:05:00

    수정 2024-11-12 오전 6:59:55

[진천(충북)=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최근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 등 한국 라면의 해외 수출 성과는 참 고무적입니다. 세계적으로 K누들이 알려지는 거니까요. 다만 K누들이 맵고 자극적인 유탕 라면으로만 인식되는 건 아닌지 조금 아쉽습니다. 면사랑은 앞으로 국내외에 멸치국수, 바지락칼국수, 짬뽕, 파스타 등 다양한 면 가정 간편식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지난 6일 충북 진천에 있는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K누들의 글로벌 인기를 두고 이같이 평했다. 31년간 면사랑을 이끌어온 정 대표는 국내에서 자타공인 ‘면 박사’다.

오뚜기(007310)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기도 한 그는 “이웃나라 일본은 유탕면과 생면류 소비 비중이 50대 50 정도 인 것과 달리 한국은 유탕면의 비중이 80% 이상”이라며 “그만큼 한국은 아직 생면·냉동면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자사 면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면사랑)
면사랑은 1993년 설립한 면 생산 전문 기업이다. 기업간거래(B2B)의 강자로 꼽힌다. ‘면사랑은 몰라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주요 식당과 군대 PX,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가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는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까지 뛰어들고 있다. 라면 4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003230)·팔도)를 제외하면 국내 면 매출 1위 기업이다. 올해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면류·소스·고명·가정간편식까지 생산 제품 가짓수만 300여종이다.

정 대표는 1990년대부터 세계 각지의 면 요리 맛을 봤다. 소스 등 레시피, 소비 트렌드부터 공장 설비까지 놓치지 않았다. 국내에도 제대로 된 면을 선보여야겠다는 그의 다짐과 열정이 지금의 면사랑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다가수 숙성’ 공법이다. 이는 면 반죽의 수분 함유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건조 시간이 길어지지만 쫄깃하다는 장점이 있다. 면사랑은 이런 과정을 공장 설비에 적용하고 자신 있게 공개하는 곳이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외주를 주지 않고 면·소스·고명류까지 한번에 제조할 수 있는 곳은 면사랑 뿐”이라며 “품질과 기술력이야말로 우리 회사가 3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튀김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치킨류 등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면사랑이 최근 주목하는 곳은 냉동면 시장이다. 품질과 간편함으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과거 냉동면은 단순 소비기한을 늘리기 위해 얼린다는 생각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최근에는 급속 냉동을 통해 원물의 신선함을 해동 후까지 유지하는 용도로 쓴다. 면사랑이 대표적이다. 현재 유명 요식업체도 면사랑 냉동면 등을 조리해 손님에 내놓는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 (사진=면사랑)
정 대표는 “실온과 냉장 제품은 고온살균처리를 거쳐 영양소의 일부 파괴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고명의 채소와 해산물 등 식감이 떨어진다”며 “급속 냉각 제품은 간단한 조리만으로 원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맛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면(해동) 시간도 짧아 앞으로 냉동면 가정 간편식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면사랑에게도 위기였다. 식당 외식업체가 방역 대책에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면서 B2B 시장을 주력했던 회사엔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월 매출은 30% 이상 줄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커머스를 통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되면서다. 면사랑의 B2C 매출 비중은 약 15%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글로벌 공략도 또 하나의 과제다. 현재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 냉동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수출도 본격화한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인 까르푸와 르클레흐 매장에도 냉동면 6종을 납품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해외에 있는 한인마트에 공급하는 게 1차 목표였다면 지금은 현지인을 타깃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며 “수출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면 CJ제일제당(097950), 풀무원(017810) 등 식품 대기업처럼 해외 현지 생산까지도 생각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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