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에 감사한 마음 담아 '빛나는 옷'입혀드렸죠"[인터뷰]

'처음 입는 광복' 기획자, 빙그레 전혜성 프로 인터뷰
옥중 순국 독립운동가 87명, 한복 입고 미소
"사진 못 찾은 분들도 광복 입혀드리고파"
"후손들 '조부의 시간 다시 흐른다' 감사 표시도"
  • 등록 2024-08-14 오전 5:45:00

    수정 2024-08-14 오전 5:45:0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옥중에서 순국하셨지만 사진 자료가 없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 저희가 복원한 87분 외 옥중에서 순국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분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혜성 빙그레 광고기획팀 프로 (사진=빙그레)
1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빙그레의 전혜성 광고기획팀 프로는 독립운동 캠페인 ‘처음 입는 광복’의 기획자다. 이 캠페인은 옥중 순국해 빛바랜 죄수복 차림으로 남은 독립운동가 87명의 마지막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으로 복원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살리는 내용이다. 유관순, 안중근, 안창호, 강우규, 신채호 등 독립유공자들이 포함됐다.

‘처음 입는 광복’은 유튜브 게시 11일 만에 조회수 337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 프로는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분들의 마지막 모습이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죄수복 차림으로 남은 걸 보고 마음이 아파 걸맞은 옷을 선물해 드리기로 한 데서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처음 입는 광복’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한 ‘광복(光復)’의 의미와 함께 ‘빛나는 옷(光服)을 입혀드린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는 게 전 프로의 설명이다. 빛나는 옷으로 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독립을 전해드렸다는 것이다.

빙그레와 국가보훈부가 진행한 독립운동 캠페인 ‘처음 입는 광복’ (사진=빙그레)
전 프로는 단순히 과거 사진을 복원하기보단 역사적 사실을 고려해 독립운동가의 ‘온전한 얼굴’을 살리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을 한 덴 조용하(1882~1937년) 지사의 이야기가 영향을 미쳤다. 전 프로는 “조용하 지사는 을사조약 체결 후 베이징에 망명해 항일독립운동을 하다 1932년 체포돼 징역을 선고받았다”며 “대한 사람으로 왜인 판사 앞에 서는 게 하늘에 부끄럽다며 스스로 얼굴을 먹물로 칠했다고 하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 먹물을 지우고 깨끗한 얼굴로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캠페인은 화면뿐만 아니라 실제 의복을 마련하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 무엇보다 ‘감사’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김혜순 한복디자이너 명장과 논의해 각 독립운동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한복 조합을 고려해 복원했다. 전 프로는 “빛바랜 사진이 많이 식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AI기술을 통해 복원했다”며 “독립운동가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을 구현하는 데에도 AI 딥러닝 기반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했다”고 했다. 또 “시대 디자인을 반영하고자 했고 색을 선택할 때도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소목빛),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지고 계셨던 절개(쪽빛), 독립에 대한 희망(치자빛)과 같이 독립운동 정신을 의미하는 색을 사용해 기개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김혜순 명장님께 대한민국 영웅들에 저희의 감사한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귀한 원단을 사용해달라고도 특별히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이번 캠페인 영상엔 독립운동가 후손도 등장해 감동을 더했다. 이를 지켜본 전 프로도 울컥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전 프로는 “이원록(이육사) 지사님의 후손 이옥비 선생님은 죄수복 차림의 이원록 지사님의 사진이 걸린 묘소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잡초를 뽑으셨다”며 “독립운동가 강석대 지사님의 후손 강정교 선생님은 ‘할아버지가 옥중 순국하고 나니 끈 떨어진 연이 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훔치셨는데 후손들의 한스러운 감정이 온전히 느껴져 울컥했다”고 말했다. 또 “신채호 선생님의 후손 신정윤 님으로부터 ‘할아버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달받았을 때, 이 캠페인을 기획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빙그레와 국가보훈부가 진행한 독립운동 캠페인 ‘처음 입는 광복’ (사진=빙그레
전 프로는 이번 캠페인 이후에도 독립운동가를 조명하고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구상 중이다. 빙그레 사명이 안창호 선생이 강조했던 ‘민족의 웃음 빙그레’ 정신에서 나온 만큼, 독립운동가의 뜻을 잊지 않고 기리겠다는 의지다. 전 프로는 “저희가 비록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빙그레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캠페인을 준비했고 앞으로도 진정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많은 분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독립운동가분들께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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