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추격에 나섰다. 지난해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에서 2035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핵심인력 2500명 양성과 선도국의 85% 기술 수준 달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2035년까지 양자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고, 양자기술을 공급하고 활용하는 기업도 12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이 같은 계획안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양자과학기술의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양자과학기술 인력이 워낙 부족한데다 예산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참여도 저조한 시장 태동기에 있기 때문에 양자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육성하고, 국제협력과 인재양성도 효과적으로 해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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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양자 분야 예산은 2019년 106억원으로 시작해 2024년 1285억원까지 늘었다. 내년도 예산안은 최소 152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무려 13배~15배가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이 중 연구개발(R&D) 비중이 58%, 인프라 구조와 생태계(24%), 국제협력과 인재양성(18%)으로 나눠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다만 대형 국가사업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양자 프로젝트인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신청 당시(1조원)보다 줄어든 3000억원 수준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연구책임자급 인재는 300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미국(1200명), 중국(2000명) 대비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 6월 ‘퀀텀코리아’에서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핵심인력 500명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미국, 중국과 격차가 워낙 크다.
산업 기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계 각국이 기술 동맹국 내 교류로 블록화하고 있고, 양자 분야 기술을 점차 통제하는 추세다. 아울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부품의 약 9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신뢰 기반 국제협력, 소부장 육성 등 대안 거론
가령 우리나라는 표준연을 중심으로 초전도 방식의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오는 2027년까지 개발, 구축할 계획이다. IBM이 1000큐비트가 넘는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크다. 현재 외국 상용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술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앞으로 일부는 수입하면서 국내 기업도 육성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양자컴퓨터 소부장 기업을 키워 5년 후부터 본격화될 상용화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케이블, 고주파 회로 등 부품 산업에 뛰어들어 이미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통신, 측정 장비 회사 등이 자신들의 기술을 변형시켜 시장에 진입하도록 지원하고, 부품 성능 평가 표준화를 통해 품질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해 지난달 진행된 ‘퀀텀코리아’ 행사가 축소된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 행사를 확대하고, 인력교류가 먼저 이뤄지면서 자연스러운 국제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순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당장 해외와 공동연구를 하자고 해도 할 수 없고 워크숍, 기관 방문, 서머스쿨 등을 통해 인적교류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같이 하자고 매달리는 경우가 더 많은데 양자분야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잘하는 기술을 독자 개발해내야 국제 공동 개발도 쉽게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